2019년 첫 오후의 예술공방은 뱀 이야기로 문을 엽니다. 새해 정초부터 징그럽게 뱀이라니, 의아하시다고요? 올해 공방의 키워드는 '에코브릿지'로,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동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춤으로 풀어내기로 했거든요. 동물권이라고 하면 흔히 반려동물인 강아지나 고양이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개와 고양이도 인간처럼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의제에 동의하지 않으시는 분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뱀은 어떤가요? 인간과 너무나 다르다는 이유로, (귀엽다는 분도 종종 계시지만) 흉측한 생김새를 이유로, 뱀과 얽힌 여러 편견으로, 혐오를 당연시하고 있지는 않나요?
금단의 열매를 따 먹도록 인간을 유혹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하기도 하고, 이스라엘 백성을 물어 죽이는 불뱀으로도 등장하는 등 성경 속 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워낙 강하긴 하지만, 뱀은 동서 문화를 통틀어 건강과 장수와 재생 및 영생,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숭배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뱀은 성장할 때 허물을 벗습니다. 죽음으로부터 매번 재생하는 셈입니다. 발 없는 뱀이 땅에서 힘을 얻어 발이 많은 지네보다도 더 빨리 움직입니다. 한국 같은 농경문화권에서 '지신'으로 여겨 풍요를 상징하는 이유입니다. 앰뷸런스를 표시하는 로고나 유엔 세계보건기구(WHO)의 마크에도 아스클레피오스의 뱀 지팡이가 활용되고 있지요.
이번 2월 공방에서 함께 읽을 <문화로 읽는 십이지신 이야기, 뱀(이어령 책임편집, 열림원)>를 보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의신 아스클레피오스를 비롯해 멕시코의 마야 문명권,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등 뱀 숭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책 세미나 전에 진행될 몸 세미나에서는 뱀 숭배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또 하나의 문화권, 서아프리카 베냉의 부두교 및 전통춤 Zinly의 움직임을 배워보고 여기에 자신의 색채를 입히는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척추를 '생명의 뱀(The snake of life)'이라고 부르며 상체의 움직임을 강조하는 아프리카 현대무용의 대모 Germaine Acogney의 척추 테크닉도 워밍업에서 다룹니다.
"초등학교를 두메산골에서 자란 나는 어린 시절, 뱀을 보아도 그다지 놀라는 법이 없었다. 그러기는커녕 마을 악동들과 맨발로 산과 들을 쏘다니면서 뱀을 발견하면 누구든지 신이 나서 재빨리 그놈의 꼬리를 집어 들고 공중에서 빙빙 돌리다가 땅바닥에 패대기치곤 하였다. 뱀을 만나도 기분이 내키지 않을 때에는 그냥 지나쳤다. 뱀은 뱀이었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야말로 시골 동물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 이우환, <문화로 읽는 십이지신 이야기, 뱀> 중 일부 발췌
일반적으로 뱀은 성질이 온화하여 원칙적으로 자기 방어 이외에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없습니다. 적의 위협을 받으면 보통은 도망을 가지만, 방어가 실패했을 경우에만 공격을 한다는 것이지요. 뱀을 위험한 동물로 여기게 하는 이유인 독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며 현존하는 뱀 2,700종 가운데 독사는 4분의 1정도라고 합니다. 이러한 뱀에 대한 오해도 풀고 뱀과 관련된 움직임도 배워보는 특별한 시간을 통해, 우리가 기피하고 혐오하는 뱀 또한 신성한 존재임을 책으로, 몸으로 경험하고자 합니다.
권이은정 | 오후의 예술공방 회원 / 아프리칸댄스컴퍼니 따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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