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자기 안에 있는 전투적인 회오리바람을 불러들이는 연습을 종종 해야 한다.
회오리바람은 여성에게 엄청난 힘을 주는 의지력을 상징한다.
이런 강단이 있는 여성은 쉽사리 의식을 잃거나 죽지 않는다.
또한 자기 내면에 자리 잡은 파괴적인 힘, 곧 자신의 본능과 삶의 의욕을 박탈하는 존재를 단호히 척결한다.”
-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중 (클라리사 에스테스 지음 | 손영미 옮김, 84쪽)
가끔 삶에는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전투적인 회오리바람’을 자신 안에 불러 일으켜야 하는 계절이 있습니다. 그 시간이 오면 우리는 많은 고민을 하지요. 상황에 맞서기 위해 고심 끝에 일으킨 의지의 바람보다 걷잡을 수 없이 사건의 불길이 번져들어가 우리를 잠식시키지는 않을까, 두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모른 척 도저히 잠들 수 없고 내면의 번민이 고통스럽게 지속되는 날들이 이어지면 결국 우리는 온 힘을 다해 이 상황을 뚫고나갈 의지력을 일으켜 세웁니다. 흘러가는 상황에 굴하지 않으며 파괴적인 힘에 맞서기 때문에 적어도 우리 스스로를 파괴하고는 끝나지 않을, 다시 말해 우리 자신만을 지킬 작은 성공 하나만을 약속하는 내면의 회오리.
그렇게 일으켜 세운 강력한 의지의 바람으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환란의 강을 모세처럼 가르고 우리를 잠식시키기 위해 사방에서 밀려드는 물살을 막아 세우기도 합니다. 이 거친 상황에 맞서 나를, 혹은 나와 함께 하는 이들이 이 길을 무사히 건널 때까지 물살이 들이치는 것을 막아 우리 모두를 지키기도 하고요. 우리 삶에 가끔 일어나는, 나와 주변을 각성시키고 우리 공동체에 엄청난 변화와 각성의 능력으로 자정작용을 불러일으키는 시간입니다.
전세계는 이 변화와 각성의 회오리바람을 불러일으킨 여성들을 최근 몇 년간 만나왔습니다. <미투혁명>이라고도 불린 미투 생존자들입니다. 진실을 덮으면서 스스로를 처절하게 죽이는 파괴적인 두려움, 그리하여 자신의 본능과 삶의 의지를 사장시키는 현실 속의 침묵을 단호히 거절하며 발언하기 시작한 여인들. 그들이 자신의 공동체에 불러일으킨 변화의 회오리바람은 우리에게도 강력한 회오리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8월 25일(일) 6시, 댄서스라운지에서는 내 안에서부터 일으켜야할 강력한 변화의 바람을 글과 움직임으로 집어보는 살롱스터디를 준비했습니다. 클라리사 에스테스의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입니다. 이 책을 바탕으로 <2019 발아신고>에서 내면의 근육을 장착한 이시대의 여성상을 작품화한 “Nana: 우리들의 어머니의 어머니”에 기초한 움직임 워크샵을 진행합니다. 이 책에 영감을 받아 작업한 권이은정 안무자의 인터뷰 일부를 옮겨봅니다.
“지금 살아 숨 쉬는 우리 모두는 어머니들에게서 태어난 존재들이다. 네 어머니, 내 어머니만도 아닌 우리 모두의 어머니의 어머니라는 의미를 전하면서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선택했다. 이번 작품에서 나는 할머니 중에서도 강인한 할머니를 그려보고 싶다. ‘여성혐오’라 말할 수 있는 안타까운 일들이 지금 많이 벌어지고 있는데, ‘왜 이렇게 여성을 이렇게 혐오하고 무시할까, 좋은 본보기가 없어서는 아닐까’, 질문이 들었다. 때문에 롤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람은 보고 배우는 부분이 정말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할머니라는 존재는 삶으로 증거할 수 있다. “내가 이렇게 살았어. 봐. 이게 내 인생이야.”라는 삶을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
그러면서 주변의 다른 여성들이 힘을 얻지 못할 때 그 이유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들었는데 그분들 주변에 힘을 받을만한 사람이 많지 않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교육과 제도, 남성위주의 시스템에 걸려서 넘어지는 주변 언니 동생 선후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본인 스스로도 나도 여기까지가 끝일 거라고 알아서 한계를 짓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은 드세더라도,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면서 고쳐나가는 할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기울어진 운동장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수 있지 않을까?“
- [새싹이예염! Vol.3] 다섯 번째 발아지점 인터뷰: <권이은정의 Nãnã> (19.5.11.토) |2019.05.20 09:55 입력
25일인 이번주 일요일 저녁 6시, 함께 회오리바람을 불러일으키고픈 예술가들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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