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CERS' LOUNGE-

댄서스라운지

계절을 잃은 숲

댄서스라운지 2021. 6. 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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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잃은 숲>

작품소개

 

"시간이 필요했다. 뒤엉킨 마음에 손을 뻗기까지."

 

계절을 잃은 숲은 강간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주인공 선연의 여정을 그린 마임이다.

선연은 '피해'라는 말에 압도되지 않고 일상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안온함을 찾은 듯한 순간 내던져지더라도, 일어나고 또 일어난다.

변하지 않는 듯한 현실로부터 도망치고픈 몸과 마음을 돌려세워준 것은 침묵을 거부한 여성들의 힘이다. 

 

 

창작자 소개 

마임창작자/배우

2013년부터 마임단편을 창작하여 2015년 솔로마임 옴니버스 '구름텃밭', 2018년 '스턴트맘'을 발표했다.

여성으로 겪은 몸의 경험을 재해석하여 무대에 올리는 작업을 이어가고자 한다. 

 

 

장르  연극/마임

런타임  60분 

관람등급  만12세 이상 관람가

관람주의사항   강간피해 장면이 성폭력피해 후유증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고통스런 기억을 직면하면서 점점 가볍게 만드는 주인공의 여정이 이 자극을 마주하는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작, 연출, 출연  이산  

음악  양자경

영상  이나연

조명 성미림

무대 장성진 

영상출연: 김도현, 김리하, 남순아, 박사랑, 우연, 이신율, 이주경, 이하경, 신지이, 이다혜, 이수빈

 


[계절을 잃은 숲의 풍경은 지금도 변해갑니다]  


<아직 가닿지 못한 그 곳, 찬란한 벌판> 중 마임 ‘계절을 잃은 숲’을 준비하며

2021.6.3. | 이산 (마임창작자) 

 2016년 여름, 동료창작자들의 어깨 너머로 마임을 배워가며 만든 단편들을 모아 솔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조금이라도 서늘해지는 밤이면 공연을 준비하던 스튜디오 근처 편의점 앞에서 종종 맥주를 마셨습니다. 먼지가 유난히 지독한 도심 한복판인데도 밤이면 매미소리가 짙었습니다. 

 공연이 2주 남짓 남았을 때,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강남역 사건 피의자가 신학 전공자라는 뉴스를 보고 학교 졸업 후 소식 한 번 들을 일이 없었던 가해자가 신학생이었다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설마 하는 생각에 검색을 했습니다. 검색결과는 그가 강남역 사건 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과 함께, 스튜디오 부근 교회에 근무하는 목사라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불운인 줄 알았던 행운이었습니다.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기까지 거쳐온 몇 년의 시간이 바로 ‘계절을 잃은 숲’의 배경입니다. 

 


 공연은 다가오는데 스튜디오에 갈 생각을 하면 집을 나설 수가 없었습니다. 삼일 만에 그 교회에서 최대한 멀리 돌아가기 위해 다른 지하철역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스튜디오로 갔습니다. 성폭력상담소에 도움을 청하고 심리치료를 예약해둔 뒤, 공연을 마치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강간 후 어찌할 바를 몰라 가해자가 나간 문을 다시 열어젖히지도 잠그지도 못한 채 우두커니 서 있는 나를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그 기억 속의 나와 현재의 내가 너무 가까워, 위태롭게만 느껴졌습니다. 

 기억은 끔찍했지만, 나는 치료자의 도움으로 그 기억을 햇볕에 널 듯 털고 흔들어 개켜보았습니다. 다행히 빨랫감이 많지 않았고, 그 동안 접해 온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의 지혜가 치료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주었습니다. 손을 대면 내 일상도 같이 녹아 엉겨붙을 것만 같은 축축하고 끈적이는 느낌, 시시때때로 몸집이 불어나 상대할 수조차 없을 것 같은 공포감이 점차 사라져갔습니다. 치료의 마지막 과제는 그 교회 앞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직전에 그가 교회를 떠났습니다. 기이한 우연이라 몇 번이고 교회 소식을 확인했습니다. 싱겁게 쉬워져버린 마지막 과제를 끝내고 치료를 마무리할 무렵, 언젠가 이 이야기를 마임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아쉽게도 후유증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은 아닙니다. 수년 간 마임을 해온 모든 과정을 지켜봐주고 2016년의 심리치료 과정까지 지켜봐준 사람의 강간으로 또 다른 삶의 풍경이 계절을 잃어버렸습니다. 재공연을 준비하는 지금도 이 풍경에 계속 새로운 바람이 부는 것을 느낍니다. 며칠 전에는 나도 모르게 그가 머무는 곳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있어서 당황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꿈과 일과 관계가 어느 순간 상실의 톱니바퀴에 물려버린 것 같은 느낌을 간혹 받습니다. 

 이토록 말하고 또 말하는 이유는 이런 경험은 어딘가에 가두어져야 한다는,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맞서기 위함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맞서는 데는 늘 연습이 필요하고 연습에는 동료가 필요합니다. 페미니즘연극제가 아니었으면 만들지 못했을 작품이고, 오롯 위드유와 오후의 예술공방이 아니었으면 다시 선보이기 어려웠을 작품입니다. 기꺼이 들어주는 단 한 명만 있어도 이야기가 마음 속에서 펄럭이는데, 이 이야기가 수십 수백명이 지켜봐주는 작품이 된다는 건 더할 수 없이 감사한 일입니다. 지금도 마음 한 구석에 이 이야기를 품고 있어 주는 고마운 분들께 이 공연으로 저의 현재를 전합니다. 작품을 찾아주시는 분들의 힘으로 숲의 시간은 또 다시 흘러갑니다. 


예매링크

https://mtheater.arko.or.kr/Home/Perf/PerfView.aspx?IdPerf=257656 (아르코예술극장 홈페이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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