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의 땅>
작품소개
"당신이 달리다 쓰러져도 곁에 있는 다른 사람이 이를 받아서 또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행여 좋지 않은 결과가 있더라도 변화를 위해 계속 나아가려는 사람은 있을 것이라고.
안무가이자 무용가로서, 이 메시지가 잘 전달됐길 진심으로 바란다."
-오마이뉴스 2020. 9.9.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문화예술계 미투, n번방 사건과 여성 연예인들의 자살이 드러내는
‘대한민국 여성혐오’에 관한 움직임 보고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여성혐오의 민낯을 마주한 오늘, 여성 무용인들의 선언적 움직임을 통해
여성 시민들이 반드시 회복해야할 신체주권을 무대 위에서 선언한다.
장르 현대무용
런타임 45분
관람등급 만 12세 이상 관람가
안무 천샘
출연 권이은정, 김하람, 구구, 최김지정, 천샘
연주 이륜화
‘구구’의 이야기
(부제: 그대는 나의 찬란한 황조롱이!)
저는 공원이 보이는 아파트에 삽니다. 그래서인지 봄의 한 철이 되면 아파트의 실외기로 새들이 날아와 둥지를 틉니다. 관리실에서는 방송을 하죠. 새가 날아와 똥을 싸고 가면 실외기가 망가질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어떤 집에서는 새들이 앉지 못하도록 그물망을 쳐놓기도 한다는데요. 저희 집에는 아이가 있어 새들이 날아오면 아침마다 구구~ 하고 새들이 앉아 지저귀는 소리를 아이에게 들려주곤 합니다.
며칠 전, 황조롱이가 날아왔습니다. 분명 구구~ 소리가 나는데, 비둘기 소리와는 달라 조심스럽게 블라인드를 들쳐보니 황조롱이였습니다. 사실 뒷모습만 봐서 황조롱이였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다만 비둘기의 회색이 하닌 황갈색에, 몸집이 좀더 크고, 제가 아는 새들 이름 중에 뭔가 ‘황색’ 느낌이 있는 이름이 ‘황조롱이’뿐이라서, 아이에게 황조롱이라고 일러 주었지요. 우리는 그리하여 그날 “황조롱이”를 보았고, 그 새는 아이와 저의 수선한 호기심을 알아채고는 유려한 자태를 뽐내며 날아갔습니다. 황조롱이가 찾아와준 그 아침은, 즐거운 분주함 속에 우리 집 에어컨 실외기가 드디어 비둘기들뿐만이 아닌 새들의 공식적인 안식처로 인정받은 날이었습니다.
<전사의 땅>은 2019년 무용계 첫 미투 사건으로도 알려진 유명 안무가 위력성추행 사건의 법정 공방이 진행되면서 당시 법정과 무용실을 오가던 저와 권이은정, 그리고 연대인이었던 김하람이 힘을 모은 작품입니다. 작년 8월, 본 사건은 대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을 인정하며 마무리되었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몇 년간 무용계를 포함한 문화예술계의 치열한 화두는 ‘어떻게 보다 안전하고 성평등한 창작환경을 구축할 것인가‘였습니다.
그러한 과정 속에 탄생한 이 작품을 꽤 오랫동안 준비하여 드디어 작년 9월에 온라인 공연과 쇼케이스 형식으로 초연하게 되었는데요. 당시 제가 안무자로서 상상해 보았지만, 차마 실현시키지 못한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실은 올 해 아르코예술극장에서의 공연이 확정된 연 초까지도 실현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장면입니다. 바로 성폭력 피해생존자로서의 정체성을 내재한 대한민국 여성 시민들이 ’시민 무용수‘로서 무대 위에 함께 서는 것입니다.
<전사의 땅>의 안무적 핵심은 현실과 허구를 긴장감 있게 넘나들려고 노력한 장면 구성에 있습니다. 그리하여 마지막 군무 장면에서는 여성 무용수들이 장내로 울려 퍼지는 장엄한 북소리와 함께, 힘차게 동작을 내딛으며 폭력의 역사를 되물림하지 않으려는 다짐이자 선언과도 같은 움직임을 반복합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어떤 테크닉도 필요 없이 체력이 좋으면 완주할 수 있는 안무로 구성하였죠. 8분 정도의 군무인데 나중에는 거의 체력장 수준으로 달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듯 가닿지 못한 어떤 이상향에 닿기 위해, 달리다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달려야하는 이 오래달리기의 여정을 삶에서 실제로 해온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즉 프로 무용수로서 다져진 체력이 아니라 숱한 질곡에도 굴하지 않고 스스로를 일으켜 세워온 누군가가 있어, 이 장면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작품 속 진실이 그녀에게는 이미 삶을 통해 수십 번, 수백 번, 고귀한 힘으로 비축되어 8분여의 군무를 완주하는 장면을 꿈꿨습니다. 그러다가 ‘구구’를 만났습니다.
‘구구’는 그가 사람들 사이에서 공식적으로 불리는 예명입니다. 아파트에 해마다 머물고 간 비둘기 친구들이 아닌, 조금 다른 체격과 다른 구구~ 소리를 내는 아름다운 황조롱이 같은 예술가입니다. 제가 안무가로서 꿈꿨던 지점, 즉 두터운 체험적 진실의 깊이를 내재한 '시민 무용수'의 움직임이 삶을 건 선언으로써 발언되고, 따라서 허구에 기반한 예술작품이 아닌 치열한 현실에 근거한 ‘예술적 진실의 추구’ 속에서 만난 답입니다. 이는 단지 <전사의 땅> 뿐 아니라 실은 본 공연의 세 작품 전체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
구구가 어떻게 스스로 거기까지 이르렀는지는 모르지만, 8분여를 뛰고 나면 댄서들도 발이 풀려 입에 단내가 나는 군무를 그녀는 기어코 해냅니다. 물론 동작이나 박자는 다른 댄서들보다 투박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녀는 달립니다. 삶에서 얼마나 달렸길래 체력으로는 왠만하면 밀리지 않는 프로 무용수들보다 잘 달릴까-. 그녀의 몸짓이 뿜어내는 힘찬 선언은 저에게는 넋을 잃고 황조롱이를 바라보는 듯한 아름다움이고, 예술로 가닿고자 했던 궁극적 이상향이자 찬란한 너른 벌판입니다. 움직임이 삶의 진실을 담보한 ‘힘찬 선언’이 되는 순간입니다.
공연이 재연되면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어떤 부분이 보완이 되었는지 입니다. 제가 드릴 답은 이것입니다. 저는 따뜻하게 살아 숨 쉬고 있는 어떤 ‘두터운 진실’을 만났고, 그 진실의 몸짓이 선언이 되는 순간을 통해 너른 벌판을 펼치고 싶습니다.
‘신비로 들어가려는 겸허함이 없는 인간에게 미래란 존재하지 않는다.’
구구는 제가 예술가로서 막연하게 꿈꾸던, 작품으로 가닿을 수 있는 어떤 실존적 진실에 근거한 궁극적 이상향, 즉 아직은 가닿지 못해 늘 목마른 신비-로 들어가는 작은 문입니다. 때문에 어느 한 순간도 쉽지 않았던 본 공연의 준비과정 속에서, 무너지다가도 다시 미래를 꿈꾸게 한 힘찬 지저귐입니다.
여러분에게도 그 찬란한 몸짓이 메이리치길- 바랍니다.
ps. 조금 서툴고 다를지라도, 그가 무대에 선 것만으로도 여름 호우처럼 우렁찬 박수가 밀려들어와 구구의 지난 슬픔을 만져주기를, 그리하여 그가 거쳐온 모든 삶의 계절들이 ‘가치있는 견뎌냄’이었음을- 그날 극장을 채울 우리 모두가 함께 깨닫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ps2. 구구와의 인연을 만들어준 <상!여자의 착지술>의 상!(上)여자님들, 꿈이 맞닿은 지점에서 우리가 기적처럼 만나, 벅찼고 반갑고 고맙습니다-.^^
2021.6.
천샘
<전사의 땅> 언론보도 및 리뷰
1. “한 명의 피해자를 위한 공연, 객석에서 울음이 쏟아졌다” (오마이뉴스, 2020. 9. 9.)
2. “어떤 진실과 어떤 진실이 만난 벌판에 관하여” 작품 리뷰, (춤웹진 2020. 10월호)
koreadance.kr/board/board_view.php?view_id=448&board_name=review
3. 무대의 재구성: ‘전사의 땅’에서 바라본 어떤 ‘평범한’ 용기에 관하여. (춤인, 2020.11월호)
http://choomin.sfac.or.kr/zoom/zoom_view.asp?zom_idx=619&div=04&type=OUT
4. “예술과 정의(art & justice)를 향해 비틀거리며 나아가는 길목에서” (춤인, 2020. 4월호)
http://choomin.sfac.or.kr/zoom/zoom_view.asp?type=OUT&div=&zom_idx=523
5. 당신을 위한 한국 컨템포러리 코레오그라피 감상법 (댄스앤미디어 연구소 ‘재현에 반하다 – 한국 컨템포러리 코레오그라피 세미나’ 5회차 초청 좌담, ‘전사의 땅‘을 중심으로. 2020. 11월 19일)
*좌담 영상 링크: https://www.facebook.com/112837103768757/posts/220911532961313/?vh=e
6. '생존에 집착하게 되는 시대와 변화의 모색’ [코로나19, 문화현장기록] | 천샘(인터뷰이) - 허명진 (춤평론가) |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2021. 2. 발행) 외 다수
한 명의 피해자를 위한 공연, 객석에서 울음이 쏟아졌다
[인터뷰] '무용계 최초 미투 고발 대법원 승소' 기념 공연 현장에 가다 | 강연주 (오마이뉴스)
20.09.09 08:07l최종 업데이트 20.09.09 09:49l
"오늘 이 자리에는 특별한 분이 참석했습니다. 그는 권위적인 무용계 구조 속에서도 용기있게 가해자와 맞서 싸웠고, 1년여의 소송 과정을 훌륭히 견뎌냈습니다. 그리고 2020년 8월 18일 대법원은 가해자의 항소(상고)를 최종 기각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수고하셨고, 고맙습니다."
무용인들의 뒤편으로 짧은 편지 형식의 글 하나가 띄워졌다. "당신이 바로 우리가 꿈꿔온 변화의 시작입니다"라는 문장을 끝으로 무대에 있던 출연진이 꽃다발을 들고서 객석으로 향했다. 꽃다발을 건넨 사람도, 받은 사람도 한동안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공연은 웃음 섞인 울음으로 막을 내렸다.
사건이 떠난 자리, 연대가 남았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한 공연장에서 진행됐던 <아직 가닿지 못한 그곳, 찬란한 벌판> 공연의 한 장면이다. '감성스터디살롱-오후의 예술공방'(아래 예술공방)의 주관으로 기획된 공연은 코로나19 상황상 정부의 방역 수칙에 따라 비공개 형태로 진행됐다.
이날 꽃다발을 건네받은 사람은 2019년 6월 무용계에서 처음으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를 고발한 피해자다. 유명 현대무용가 류아무개(50, 당시 45)씨는 당시 19세였던 피해자를 자신의 연습실에서 여러 차례 성추행하고 강제 성관계까지 시도했던 사건이다. (관련 기사 : 무용계 미투 1년 "예술계 위력 성범죄 인정, 가슴 뛰는 결과" http://omn.kr/1o275)
이제 이 사건은 법원에서 무용계 최초로 '위력에 의한 추행'을 인정받은 선례가 됐다. 지난 8월 18일 대법원은 가해자의 상고를 기각하고 최종 2년 형을 확정했다.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한한 무형의 위력'을 성폭력 수단으로 인정한 하급심 판결을 유지한 결과다. 피해가 발생한 지 6여 년, 소송이 진행된 지 1년이 넘은 후에야 피해자는 비로소 웃음 섞인 얼굴로 꽃다발을 건네받을 수 있게 됐다.
공연 직후 <오마이뉴스>는 이날 무대에 올랐던 김하람, 천샘, 권이은정 등 예술공방 회원들과 인터뷰를 나눴다. 이 가운데 천샘 예술공방 대표와 권이은정 아프리칸 댄스컴퍼니 따그 대표는 피해자의 고발 직후부터 사건 공론화에 함께 힘 써온 '오롯 위드유(아래 위드유)' 활동가들이다. 이날 천샘 대표는 공연의 안무를 기획하면서 피해자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었다고 했다.
"당신이 달리다 쓰러져도 곁에 있는 다른 사람이 이를 받아서 또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행여 좋지 않은 결과가 있더라도 변화를 위해 계속 나아가려는 사람은 있을 것이라고. 안무가이자 무용가로서, 이 메시지가 잘 전달됐길 진심으로 바란다."
일상을 바친 싸움... 피해자는 무용계를 떠났다
- 지난 8월 18일 대법원판결 이후 오랜 싸움에 끝이 났다. 소감이 어떤가.
천샘 : "판결이 9월 1~2주 정도에 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나왔다. 이것도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예상보다 빠르고 명쾌한 결론이 나 감동적이었다. 지금에서야 말하는 거지만 1·2심 판결을 진행하면서 제가 가장 바랐던 것은 일상의 회복이었다. 내 일을 하면서 판결 결과를 통보받길 바랐다. 어쩌면 이번 대법원판결로 소원을 이룬 셈이다. 안무를 짜고, 춤추는 내 일상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소식을 들었던 게 개인적으로는 참 좋았다."
권이은정 : "좋았지만 한 편으론 괘씸했다. 대법원까지 왔다는 건 가해자가 하급심 판결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고 피해자를 괴롭게 한 셈이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4~5년의 세월을 창살 없는 감옥 속에서 살아왔다. 그런데도 가해자는 본인에게 내려진 2년 형을 피하기 위해 피해자와 연대 관계자들 모두의 일상을 철저하게 깨뜨렸다. 이렇게 끝장을 보려 한 가해자의 심보가 너무 괘씸했다. 우리가 이렇게 화가 날 정도인데 피해자는 얼마나 지쳤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 피해자 사건을 계기로 나온 공연이라 했다. 기획 시점은 언제인가.
천샘 : "2019년 6월부터 기획했다. 1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기획됐다. 만일 우리가 법정 싸움에서 진다면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마음으로, 정말 굿판이라도 벌이겠다는 마음으로 만들게 됐다. 그런데 다행히 1심부터 크게 승소했다. 원래 1심 결과가 나온 뒤에 공연을 올리려 했는데 코로나19 문제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결국 눈물을 머금고 전부 환불한 뒤 비공개로 진행하게 됐다."
- 공연 현장에 피해자도 왔다.
권이은정 : "공연 도중에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문항들이 있었다. 그중에 '(성희롱·성폭행) 피해를 입은 사람이 본인인 경우, 미친 듯이 뛰어라'라는 질문이 있었다. 사실 이 질문이 행여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자극하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여느 때보다 진심을 담아서 춤을 췄다. 내가 그 피해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이 춤에 분노를 담았다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공연이 다 끝난 후 피해자가 내게 되레 고맙다면서 위로가 됐다는 말을 건네줬다."
- 공연 중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를 오가는 역할도 있었는데.
김하람 : "여성이지만 방관할 수 있고, 때론 무관심으로 폭력을 가할 수도 있고, 혹은 연대할 수도 있지 않나. 여러 모습이 섞였던 제 역할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가 나쁜 역할을 많이 맡았다 보니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불법 촬영 장면이었는데, 이걸 표현할 때 최대한 조심하려 했다. 혹여 이 장면이나 여기서 나오는 단어들이 피해자를 비롯해 관객들에게 부정적인 자극을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변화를 위해 함께 나아가는 누군가가 있다"
- 공연을 마친 직후 피해자를 비롯한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권이은정 : "공연 마지막에 서아프리카 전통북 소리와 우리들의 춤이 어우러지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궂은 일이 있어도 함께, 계속 앞으로 전진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건데, 그때 춤을 추면서 평소보다 더 감정이 울컥하고 올라왔다. 그때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아무래도 피해자분이 공연장에 오신 것 때문에 더 감정이 폭발했던 것 같다."
김하람 : "공연이 끝나고 피해자에게 보내는 편지가 무대 뒤쪽 화면에서 떴다. 그 내용을 보면서 작품과 삶이 명확하게 연결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이 작품이 선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저도 그 자막을 보는데 순간적으로 눈물이 밀려왔다."
- 이번 공연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천샘 : "당신이 아무리 작은 소리를 내더라도 누군가는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당신이 달리다 쓰러져도 다른 사람이 이를 받아서 또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 춤출 때 이 말을 계속 되새기면서 췄다. 이게 피해자에게 잘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에 피해자 좌석도 내 앞으로 배치했다.
이 메시지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여성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지금도 무용·예술계에선 성폭력 사건이 고발되고 있다. 무용계에는 이런 좋은 결과가 왔지만, 행여 좋지 않은 결과가 있더라도 변화를 위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은 있다는 거다. 안무가이자 무용가로서, 이 메시지가 잘 전달됐길 진심으로 바란다."
- 현재 피해자의 상태나 근황은 어떤가.
천샘 : "우리랑 얘기 나눌 때 보면 많이 회복한 상태인 것 같다. 다만 우리가 그 속까지 알 수는 없다. 오늘 피해자가 공연장에 직접 왔다는 것 자체가 '괜찮다'는 안부를 대신한 거라고 본다."
- 피해자는 이 사건 이후로 무용계를 떠났다고 했다.
천샘 : "그렇다. 피해자는 이제 다른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려는 중이다. 우리는 이제 피해자의 근황 체크를 하지 않는다. 이 사건을 거쳐오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동지가 되어줬지만, 이제는 그 친구가 일상 속에서 제 이름을 덜 마주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어떤 안부조차 묻지 않는 것이 그 친구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다시 새로운 길을 열심히 달려가는 와중에 혹여나 멈춰 돌아오면 안 되지 않겠나."
- 향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천샘 : "건강한 무용계를 만들기 위해 여러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 저희는 지금 판결문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또, 건강한 무용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자치 규약을 만들기 위한 활동도 하고 있다. 지금 3회차까지 진행된 상태인데 반응들이 좋다. 마지막 4회차에서는 (무용예술) 기관 내 성폭력 대응 시스템을 점검하는, 그런 세미나를 만들 예정이다. 공연을 통해서는 여성·동물·환경에 대해 얘기해 볼 생각이다. 중심이 아니었던 것에 관심을 갖고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드는, 그런 공연을 만들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위 공연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모두 준수한 상태에서 비공개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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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피해자를 위한 공연, 객석에서 울음이 쏟아졌다
[인터뷰] '무용계 최초 미투 고발 대법원 승소' 기념 공연 현장에 가다
www.ohmynews.com
예매링크
https://mtheater.arko.or.kr/Home/Perf/PerfView.aspx?IdPerf=257656 (아르코예술극장 홈페이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매 뒤로가기 홈으로 이동 메인 카테고리 공연상세보기 목록보기 [무용] 아직 가 닿지 못한 그곳, 찬란한 벌판 2021.06.29-2021.07.04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예매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공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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