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CERS' LOUNGE-

댄서스라운지

단단한 고요

댄서스라운지 2021. 6. 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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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고요> 

작품소개

 

"이 작품은 이렇게 그녀의 일상을 보여주듯 일상의 가사노동, 밥 짓는 일이 재연되지만

그 시간은 성찰의 시간으로 균열이 일어남과 동시에 현실과 몽환을 넘나든다.

그 경계는 급기야 질문을 일으키고 그 질문은 관계를 낳는다." 

-춤웹진 2021.10월호 

 

해갈되지 않는 가사노동의 무게감 속에서 단단하게 형성된 일상의 고요가 있다.

여성의 가사노동에 관하여, 어쩌면 새롭게 써야 할 여성서사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창작자 소개

서경선은 꾸준히 ‘집시리즈’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여성과 나이 듦,

그리고 자연과 연관된 작업을 계획하고 무엇보다 1인 체제로 작업하는 게 즐겁다.

<식물성 소품집>, <단단한 고요>, <사라지지 않을> 등을 안무했다.

 

장르 현대무용 

런타임 15분

관람등급 만 12세 이상 관람가

 

안무 출연 서경선

 


‘단단한 고요’와 ‘그림자 노동’ 사이에서

 

극장 답사 때 무대에 덩그마니 서 있으면서 생각했다. ‘내 작품이 너무 시시하면 어쩌지?’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가사노동을 다루는 작품이 너무 시시한지를 계속 고민하게 된다. 작년에 이 작품을 만들면서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으면서도 말이다. 집안일은 으레 그렇듯 여성의 노동이고 그림자 노동이다. 이 노동에 헌신이라는 껍데기를 벗겨내면 무엇이 남을까? 

 


‘혁명의 영점’이라는 책이 있다. 작가는 실비아 페데리치로 가사노동과 재생산 그리고 여성투쟁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4년 전 즈음에 읽으면서 내 인생이 크게 바뀔 거라 예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자본주의가 미세하게 가사노동을 보이지 않게 만들었음을 피력하기에 내 역량은 부족하다. 하지만 바가지를 긁는 사람, 또는 헌신하는 엄마 같은 이미지에서 무임금상태의 엄청난 노동자였다는 사실은 드러내고 싶었다. 내 엄마가 그리고 내 엄마의 엄마가 그렇게 살았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그들의 삶에, 그들의 인생에 엄마라는 정체성 외에 다른 삶이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단단한 고요>는 하찮고 지금 가장 중요한 이슈가 아니어서 묵혀있던 가장 힘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춰보려는 마음가짐으로 만든 작품이다. 좋은 것만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는 좋게 만들어가는 역할을 나눌 시기인가보다.

2021. 6. 16 

서경선 (늘) 


언론보도 및 리뷰

 

1. “한 명의 피해자를 위한 공연, 객석에서 울음이 쏟아졌다” (오마이뉴스, 2020. 9. 9.)

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73877&CMPT_CD=P0001&utm_campaign=daum_news&utm_source=daum&utm_medium=daumnews

 

2. “어떤 진실과 어떤 진실이 만난 벌판에 관하여” 작품 리뷰, (춤웹진 2020. 10월호)

koreadance.kr/board/board_view.php?view_id=448&board_name=review

 


 “어떤 진실과 어떤 진실이 만난 벌판에 관하여” 

작품 리뷰, (춤웹진 2020. 10월호)

 

이지현 (춤평론가) 

 

‘고요’는 틈이다

스튜디오 스타일의 공연장에 들어서니 거리두기를 한 좌석이 띠엄띠엄 놓여있다. 이젠 좀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이런 스튜디오 소극장에서의 거리두기는 처음이어서인지 더 긴장스러운 마음이 되어감을 부인할 수가 없었다. 이런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서경선이 〈단단한 고요〉를 위해 조용하고 차분하게 무대 중앙으로 들어온다. 중앙에 놓은 탁자 위에 놓인 가스버너와 그 위의 압력밥솥 그리고 개인용 식기 등 부엌을 압축시켜 놓은 듯한 아니 어쩌면 소꿉놀이처럼 보이는 깔끔한 주방도구들을 서경선은 익숙한 듯 다룬다. 그러다 조용히 주저앉아 얼굴은 탁자에 가려진 채 손을 높이 들어 수신호 하듯 동작을 취하다가 허공에 대고 ‘가사노동’이라 읽을 수 있도록 거꾸로 글씨를 써나간다.
 그러다 다시 밥 짓는 일을 하도록 이끄는 것은 구수한 밥냄새다. 다시 후라이팬을 올리고 기름을 두르고 무의 껍질을 까고 썰어서 볶는다. 하지만 그 이후의 요리는 일상적 동작을 균열시키며 언뜻언뜻 허공에 대고 마임 같은 동작이 공허하게 반복되는 것과 함께 이루어진다. 백색소음과도 같은 음악은 고조되지만 어느새 또 일상은 그녀를 깨워 밥상 차리는 일을 하도록 만든다.



 

 

 차려진 1인 반상을 들고 무대 앞으로 나온 그녀는 상을 내려놓고 대뜸 질문을 시작한다. 물론 관객과의 실제적인 대화를 위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녀는 자신의 일상적 밥하기와 밥 차리기를 놓고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었던 거 같다. 요리를 해본 적이 있는지, 누굴 위해 식사 준비를 하는지 등…. 그러다 앉아서 먹기 시작한 식사의 시간을 균열내고 들어오는 것은 이번엔 뻐꾸기 소리다. 뻐꾸기 소리가 들리자 그녀의 밥 먹는 행위는 사라지고 그냥 바닥에 누워버린다. 오르골 소리와 비슷한 몽환적인 음악이 뻐꾸기 소리를 덮으면서 그녀는 일어나 뻐꾸기 소리를 퍼 담듯이 나무 숟가락으로 공기를 담아 다른 한 손의 그릇에 담으면서 날 듯이 뒤로 걸어 들어간다.
 이 작품은 이렇게 그녀의 일상을 보여주듯 일상의 가사노동, 밥 짓는 일이 재연되지만 그 시간은 성찰의 시간으로 균열이 일어남과 동시에 현실과 몽환을 넘나든다. 그 경계는 급기야 질문을 일으키고 그 질문은 관계를 낳는다. 마지막은 매우 몽환적으로 뻐꾸기 소리와 더불어 밥을 먹는 행동은 일상성을 떠나 전혀 다른 세계의 것이 되어 떠난다.









 누구에게나 혼자 머무는 일상의 시간들은 고요한 순간을 갖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 틈을 놓치거나 고요를 덮는 거대한 소음과 바쁨에 넋을 뺏긴다. 그러나 서경선은 이 고요를 확대시켜 여성서사를 만드는 심정으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녀가 포착한 고요의 결은 조용하고 곱고 천천히 존재하며 일상을 파고들 되 일상을 흔들지 않는다. 어떤 의도와 어떤 과장과 어떤 군더더기도 없는 서경선의 〈단단한 고요〉는 그 어떤 것 없이도 자신과 일상을 무대로 담백하게 가져오는 일이 가능함을, 그 일상이 얼마나 많은 공기구멍을 갖고 있음을 포착한다.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그 틈은 이 세상 여성의 모든 서사들이 충분히 드나들 수 있지 않을까를 상상하게 한다. 고요하고도 신기한 마술이 이 작품 안에 있다.


예매링크

https://mtheater.arko.or.kr/Home/Perf/PerfView.aspx?IdPerf=257656 (아르코예술극장 홈페이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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