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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살롱이브닝: '인간예찬'] '베드 아일랜드'의 김지정 (18.4.30)

댄서스라운지 2018. 4. 29. 22:37

 

 

[2018 살롱이브닝: '인간예찬']

셀프 인터뷰 2탄:

 

'Bed Island'의 김지정 

 

 

 

Q.  간단한 네 소개와 지금 하는 일들(무용이어도 좋고, 굳이 무용이 아니라 개인적인 관심사여도 좋고^^)에 대한 간단한 설명/ 근황 소개를 부탁할께. (요지: 넌 뭐하는 아이니?)
A. 나는 댄서고 안무도 하고 중학교에서 춤 가르치면서 돈도 버는데 하루는 수업 중에 중학생이 “선생님은 직업이 뭐예요? 대학은 나왔어요?” 하고 묻더라. “지금 너 가르치고 있자나” 하려다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재밌는 질문이었어. 가끔 생각해보면 내 직업은 포켓몬 트레이너야. (오늘 내가 병맛지수가 높네) 춤은 현대무용이라는 범주에서 작업도 하고 방송댄스도 추고 건물 외벽이나 구조물 위에서 줄도 타. 오늘은 영월에서 정순왕후가 되어보았어.


Q.  공방 초기인 2014년부터 안무자로 함께 해온 걸로 아는데, 살롱이브닝의 안무자는 예민한 사회적 주제를 다루는 총대를 메야하는 입장이라 압박이 심했을 것 같아. <세월호 1주기 추모공연: 팽목의 자장가> 때부터 안무자로 함께 한걸로 아는데. 더군다나 '혐오범죄'를 고발한 2016년 이브닝에서 네 작품은 성소수자 인권문제를 다뤘잖아. 빡센 이슈만 골라한 것 같아. 그동안 스트레스를 어떻게 견뎠는지? 쉽잖을 작업과정을 거쳐왔는데, 공방은, 살롱이브닝은 김지정이라는 안무자에게 어떤 의미인지가 궁금해.
A. 나는 성인이 되어서 춤을 추며 살기로 선택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형식이 중요한 작업에는 흥미나 소질이 없어. 살롱이브닝을 처음 만난 2014년에 지속적인 인문학 스터디를 통해 작업을 구체화 시키는 그룹이 있다는 소식에 넘 설렜던 기억이 나.
책 모임도 늘 좋았고 생각했던 내용이 공연으로 올라가는 과정 자체가 언제나 신기하고 감사해. 빡센 이슈를 다루면서 스트레스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빡세게 이슈를 다루지 않는 무용계가 문제인 거지 댄서스라운지는 그런 면에서 정말 좋은 환경과 좋은 기회의 공간이야. 앞에 한 말은 모두 진심이지만 에너지와 시간이 많이 요구되는 공간이기도 하지 :)




Q. 작품 제목이 뭐야?
A. ‘Bed Island’
침대 위가 사실상 생활 반경의 대부분이어서 침대 위에 생긴 나만의 세계? 이런 뜻을 가진 베드 아일랜드로 정했어. 주로 아픈 사람이 처한 상황인데 다른 세계와 단절되었다는 의미의 ‘섬’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자신만의 완전한 세상이라는 의미의 ‘섬’이기도 하고.


Q. 베드 아일랜드. 이불 밖은 위험해, 그런 뜻인가?
A. 이번 작품이 나이 듦과 질병에 대한 이야기거든. 노화와 질병은 많이 다르지만 나이가 들면 아플 일이 많아지는 건 사실인거 같아.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하지만 둘 다 뭔가 아름다움에서 멀어진다는 느낌도 주고. 노화로 기력이 없든지, 화학요법을 받아서 어지럽든지, 우울감으로 바깥에 나가기 싫든지 간에 침대 위에 있어야 하는 상황을 설정했어.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댄서들과 아서 플랭크의 <아픈 몸을 살다>라는 책을 읽었는데 ‘질병은 삶의 모든 면을 건드리며 .. 우리의 세계는 너무나 쉽게 부서질 수 있다’ 고 지적하더라. 갑작스럽게 침대가 내 세상의 전부가 된다면 나는 내 삶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지금 할 수 있는 대답은 노, 인 것 같아.

Q. 이번 공연의 전체 주제가 <인간예찬>인데 너라는 인간의 세계는 왜 그리 나약한 거니.
A. 응 맞아.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인간예찬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개인들이 늙어가고 아파가는 자신을 ‘부드럽고 온화하게’ 대하는 삶의 방식을 고민하고 지지하는 정도야.



Q. 안무작업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뭐니?
A. 댄서에게 감사하는 것. 생각을 움직임으로 잘 전달하는 것. 움직임 안에서 생각 못했던 것까지 발견하는 것.

Q. 작업을 진행하면서 인터뷰하는 요 시점에 제일 힘든 건 뭐야?
A. 무용은 안무자가 보통 그 작업의 리더자나. 작품의 내용과 모든 장면을 댄서 모두에게 공감받아야 하는 것이 이상적인데,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중요하고 재미있기도 하지만 시간이 정말 많이 필요하고. 사람은 생각이 미묘하게 다 달라서 이상적으로 댄서가 모두 공감하고 의미를 가지고 춤출 수 있게 되려면 주제와 소재 선택 단계에서부터 진행 방향까지 1:1:1:1:1 (우리팀 다섯명이야) 의 비중으로 의견을 조합하고 타협해서 마치 한 권의 책을 쓰듯이 작업이 똭. 나오면? (참 좋겠다~아하하) 하지만 그게 작업 참여자들이 항상 원하는 건 또 아니고 조율과정이나 대화 중에 새로운 방향이 생기기도 하고. (언젠가는 리더없이 다음 동작과 작업 방향을 한 치도 알 수 없는 작업도 해보고싶어)
아무튼 참여자들이 공감할 수 있으면서 내 색깔도 유지하고 싶은 것이 그룹 작업의 어려운 점인 것 같아.

Q.마지막으로 이번 살롱이브닝을 준비하면서 관객들에게 미리 한마디하고 부탁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할께. (작품에 대한 선당부라던가.. 아하하하하~^^)
A. 이번 작품 조금 지루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지금 아프거나 곧 아플 겁니다. 그리고 지금 늙었거나 곧 늙을 거예요. (존댓말이 막 나온다 ㅜ 잘 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