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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살롱이브닝] 안무자 셀프 인터뷰 3탄: '우연한 여행자'의 안은주 (18.5.26)

댄서스라운지 2018. 6. 3. 22:51

 


[2018 살롱이브닝]

안무자 셀프 인터뷰 3탄:

'우연한 여행자'의 안은주

2018.6.3 |

 

 

 

[Q]: Who are you? 너에 대한 소개를 부탁해~

[A]: 나는 '오후의 예술공방에서 이번 <2018 살롱 이브닝>에 안무자로 참여하는 안은주야.

셀프 인터뷰는 처음이라 많이 어색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한데 내 얘기를 조금 해 볼까해~^^

나는 사실 만드는 것 보단 춤을 추는 게 더 좋기도 하고 작품을 만드는 것이 엄두도 안 나고 두려운 마음이 있어서 쭉 댄서로 활동하다가 이제는 몸짓으로 내 목소리를 내고 싶기도 하고 작품에 대해 또 나에 대해 더 탐구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져서 작년부터 내 작업을 올리기 시작해 이번이 두 번째야~정말 햇병아리 안무가이지~ㅎㅎ

나는 사실 어렸을 때부터 부끄러움이 많아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 그런데 춤을 출 때는 그런 마음이 없어지고 무대에서 움직이는 게 재밌더라고~ㅎㅎ 오래 살진 않았지만(?) 나에게 춤은 내가 해 본 일 중 가장 재밌는 그러면서 나를 깨 부시는 괴로운 일 중 하나인 것 같아~ㅎㅎ

나는 사람들이 흔히 무용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을 때 떠올리는 것들과는 조금 거리가 먼 부분들이 있어~ 금수저도 아니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것도 아니고 결혼도 했고...아이도 있고...^^ 그래서 가끔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들으면 신기해하는 경우가 많아~그런 시선이 가끔 부담스러워서 어느 순간 친하지 않은 사람한텐 내 얘기를 거의 안 하게 되더라고...(한국 사회의 기혼자에 대한 편견이랄까? 일하는 엄마들이 많이 듣는 얘기들 때문에~^^)

내가 어렸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 얘기하자면 난 중학교 때까지 무용을 하다가 부모님이 원하시는 대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고등학교 가면서 그만두고 이 후 화학과로 대학에 진학했어. 그런데 아무래도 내 적성에 맞춰 진학한 게 아니 여서 그런지 학교 간 지 1년 만에 심각한 방황이 찾아오더라고... 그 당시에는 학교를 가는 게 나에게 하루하루 지옥이었던 거 같아. 나름 뒤늦은 사춘기가 이 때 찾아 온 거지~^^

그러던 중 우연찮게 다시 취미로 춤을 추기 시작하였고 어느 순간 정말 이걸 안하면 너무 후회할 것 같다는 절박한 생각에 부모님을 오래 설득해 춤으로 전공을 바꿔 25살에 다시 학교를 들어가게 되었어. 내가 배울 당시에는 나처럼 늦게 다시 전공을 예체능으로 바꿔 가는 경우가 정말 드물어 주변에 아는 사람이나 도움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당시엔 조금 힘들었어. 지금에는 전공을 바꿔서 진학하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이 후 대학원 진학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무릎 부상 때문에 1년 재활을 하고 다시 해볼까 했더니 결혼하고 아이를 낳게 되었지. 그 땐 아...나는 정말 운도 없고 이 쪽 일을 할 사람은 아닌가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희한하게 아이를 낳고 나서 오히려 좋은 기회들이 많이 찾아오게 되더라고...그 전에는 정말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잘 안 풀리는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매번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려고 해. 그게 잘 안 되는 순간들도 있긴 하지만.^^

 

 

[Q]: '오후의 예술공방', ‘댄서스라운지’ - 여기는 어떤 곳이야? 너는 거기서 무슨 일을 하니?

[A]: 사실 이 질문은 내가 간혹 받는 질문이기도해. 사회 문제를 다루는 집단 내지 무용 단체로 보는 시선이 있거든. 사실 우리는 소소하게 일을 꾸미는(?) 단체이자 때 되면 약속 한 듯이 모였다가 헤어지는 후리한(?) 사람들이야~^^

주된 일은 매 달 마지막 주 책 한 권을 정해서 그 주제로 스터디도 하고 토론을 해. 지적 능력의 향상을 위한 것도 있지만 특히 우리가 공연을 보다 보면 프로그램 북과 몸짓의 괴리가 큰 작품도 있고 작품 내용의 깊이가 너무 없어서 보고나서 허탈한 기분이 드는 경우도 있잖아~조금 더 사고하는 무용수, 안무자 또는 전공과 상관없이 생각이 깨어 있는 사람이 되고픈 사람들이 모여 있기에 이 곳에는 무용하는 사람 외에도 다양한 구성원이 있어. 개인적으로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닌 나에게는 이 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한 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하는 과정들이 생각을 트이게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

그렇게 스터디를 하면서 1년에 1~2번 지적 사고를 한 결과물을 몸짓으로 구현해내고 있어. 몸짓으로 사회적 발언을 그리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거지~ㅎㅎ

세월호’, ‘혐오 사회를 주제로 한 작품들에 이어 이번엔 인간 예찬이란 주제로 세 번째 <살롱 이브닝>이 진행되는데 이번엔 안무자로 참여하게 되었고~^^

작품 외에도 작년엔 서울문화재단 최초지원사업 사전연구형에 선정된 아기와의 즉흥워크샵을 같이 진행했어. 어른이 된 나에게 순수하고 자유로운 몸짓 언어의 회복과 더불어 일과 육아를 병행하다 보니 평소에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 이번 기회에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겠다는 당찬 포부로 시작하였는데 물론 매번 아이와 함께 움직였던 것을 아카이빙할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너무 어린 영아들이다 보니 프로그램을 짜도 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아 뭔가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 다는 마음에 진행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던 것 같아~ㅎㅎ 사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쉬운 맘이 많이 들어서 나중에 관련된 공부도 좀 더 하고 경험도 쌓아서 다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도전하고 싶어~^^

 

[Q]: 이번 <살롱 이브닝>인간 예찬이란 타이틀 아래 세 작품이 올라가지? 올 해 주제는 어떻게 정하게 된 거야?

[A]: 사실 이 주제는 2016년부터 공방에서 하고 싶어 했던 주제였어. 멤버들 중 임신을 하거나 또 는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있다 보니 인간 존재에 대한 기대감, 새 생명을 마주하는 기쁨과 희열이 넘쳐나던 때여서 더 끌렸는지도 몰라. 그런데 그 즈음 강력 범죄, 약자에 대한 혐오 범죄가 미디어를 가득 채우는 시기였고 몇 가지 사건들을 접하며 인간 존재에 대한 회의감, 절망감이 들면서 내적으로 인간이 정말 아름답고 좋다고 찬양할 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들더라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작년에 하려던 걸 급선회하여 혐오범죄로 주제를 잡아 공연을 올리게 되었어. ...생각해 보니 우리가 작품으로 풀어낸 이야기들이 사회 또는 사람의 근원적 존재에 초점을 맞춰 작업이 이뤄지는 것 같아. 작년엔 인간의 부정적 측면에서 작품을 만들었다면 올해엔 긍정적 측면에서 사람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기에 인간 예찬이란 주제를 잡게 된 것 같아. 쉬울 것 같은데 정말 어려운 주제인 거 같아. 아직도 많이 고민하고 있고...^^

 

 

[Q]: 큰 타이틀 안에 안무자들이 이야기하려는 지점들이 다르기에 흥미로울 것 같아. 너의 작품 소개를 부탁해~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니?
[A]: 좀 웃기긴 한데...나는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ㅎㅎ

난 태어나서 쭉 한 곳에서만 살다가 결혼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사를 해 지금 사는 곳으로 오게 되었어. 낯선 환경에서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한 단 게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는데 우리 집의 장점이자 단점은 비행기가 지나가는 길이라는 거야. 그래서 하늘을 바라보면 어느 항공사인지 어떤 색상과 모양을 가졌는지 단번에 알 수 있어. 소음 때문에 시끄럽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길을 가다가 가만히 서서 지나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는 것 만 으로도 뭔가 마음이 평온해지고 설레는 마음이 들더라고. 나도 저 비행기 안에 있었으면 좋겠다....부럽다.....하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또 다른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아기를 관찰하면서야. 아이를 보면서 요즘 느끼는 점은 정말 상상력이 풍부하고 자유롭게 생각한다는 거야. 왜 아이들은 이 놀이 했다가 저 놀이 했다가 끊임없이 자기 공간에서 이야기를 생산해내잖아. 그것도 재미있게. 왜 어른인 나는 박제된 인간처럼 재미있지 않은 사고를 하고 있나 하고 느끼는 순간들도 있고...ㅎㅎ

또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이 나이가 들수록 20대일 때보다 어느 부분에선 여유로워지고 안정적인 부분도 생기지만 새로운 것에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주저하게 되는 상황들이 그만큼 생겨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젊었을 땐 잃을 게 많이 없으니 패기 넘치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있는 모습에서 나이가 점점 들수록 지켜야 하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쉽게 어떤 일에 덤벼들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어느 순간 점점 자신감도 없어지고 작아지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이런 생각들이 더해져 모험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접근하게 된 것 같아. 내가 최근에 읽은 글 중에 이런 구절이 있더라고.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두렵지만 내가 가보지 못한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인간, 같이 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그런 것들을 얘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제목은 아직 미정이긴 한데 [우연한 여행자]라고 정했어. 이번 작업을 통해 함께 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여행이 되기 바라며~^^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A]: 좀 엉뚱한 얘기지만 요즘 드는 생각이 타인을 바라볼 때 내가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어 대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행동 또는 공연을 보고나서 느끼는 것들 기타 등등...왜 나이가 들수록 꼰대가 된다고 하는 말도 있잖아. 사실 내 경우만 보더라도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그게 바로 성숙해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구나...하는 것을 많이 느껴. 또 세월에 떠밀리듯 아이인 내가 급하게 어른이 되어 버렸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그런데 이게 나뿐만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타인에겐 관대하고 나에겐 좀 더 엄격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느끼고 있는 요즘이야~^^

그리고 개인적으로 바라는 건 같이 하는 사람들과 좋은 에너지를 나누면서 즐겁게 그리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작품을 만들었으면 좋겠어. 간혹 무용수로 뛰다 보면 뭔가 쓰임을 당하고 버려지는 느낌을 받았던 경우도 있고 또 인격적으로 기분 나쁜 대우를 받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좋은 사람들과 건강한 에너지를 나눴던 경우도 있었고...내가 다른 안무자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좋은 점은 취하고 나쁜 점은 견제하면서 공연이 올라가기 전까지 많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면 좋겠어. 그리고 우리가 고민하며 준비했던 결과물을 보는 관객 분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웃음 지으며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

지금까지 내 이야기를 들어 줘서 고마워~극장에서 만나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