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간단한 자기소개와 현재 참여하고 있는 작품 제목을 부탁드린다.
[김민영]: 내 이름은 김민영이고 안은주 안무자의 <우연한 여행자>에 참여하고 있다.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있고 은주 언니와는 학교에서 알게 되었다.
[이혜원]: 나 역시 은주언니의 <우연한 여행자>에 참여 중인 이혜원이라고 한다. 프리랜서로 요가와 필라테스 수업을 하면서 무용작업을 하고 있다.
[김동일]: 나는 천 샘 안무자의 <배웅가는 길>에 출연 중인 김동일이고, 현재 컬쳐컬러무용단 소속이다.
[김문주]: 나는 천 샘 안무자의 <배웅가는 길>과 김지정 안무자의 <베드 아일랜드>에 중복 출연하고 있다. 이름은 김문주이고 현대무용을 가르치면서 공연도 하며 자유롭게 살고 있다.
[질문]: 안무자의 시각이 아닌 댄서의 시각으로 현재 참여하고 있는 작품을 설명해달라
[이혜원]:우리 팀은 모이는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안무자님이 수고를 많이 하셨다. 동작을 짜고 장면 구성을 안무자님이 해오시면 거기에 댄서가 아이디어를 덧붙였다. 먼저 만들어진 순서 가운데 나의 춤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찾아나가는 과정 중이다. 움직임과 그다음 움직임의 구성 사이에 여백이 있다면 이를 찾고자하는 시도로 접근하고 있다.
[질문]: ‘여백’이라면 움직임에 대한 댄서의 해석에 관한 부분인가?
[이혜원]: 그렇다. 동작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 있으므로 우선 움직임이 던져지면 그 동작을 해본 후, 해석을 덧붙임으로서 움직임에 대한 나만의 해석을 던져보고 싶었다. 개인적인 바람은 이러한 해석이 완성되지 않고, 그것을 계속 쌓아나갔으면 좋겠고, 공연 때 보면 또다른 해석이 그 위에 쌓여 (관객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웃음) 그러한 해석의 여지 또는 어떤 흐름을 계속 쌓아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해 안무자가 명확하게 원하는 것은 수용을 하되 나의 느낌 역시 그 위에 계속 쌓아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김동일]: 나는 개인적으로 과거에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이 있었는데, 죽는다는 것은 죽은 사람보다 산사람의 몫이 크다고 생각한다. 산 사람에게 기억되지 않는 것이 바로 죽는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내가 예전에 할머니를 떠나보내드린 기억을 생각하게 하고, 이제 그 과정을 더 깊이 해석하게 되고 그렇다. 작업이 3월말부터 시작되었는데 긴 호흡으로 만들어지는 작품이다 보니 댄서로서 점검해보는 부분도 많고, 트레이닝도 되고, 부족한 부분을 점검하고 있다.
[김문주]: 작품이 처음에는 ‘배웅’으로 시작되었는데 이제 ‘죽음’으로까지 나아갔다. 처음에 배웅하는 이미지로 나아갔다가 죽음까지 이르다보니 내 감정선은 아직 다 따라가지 못했다. 연습시간 이외도 생각하면서 어떻게 채우고 해석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김민영]: 공연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안무자님의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나를 많이 움직였다. 자기의 새끼를 낳아서 올리는 느낌으로 작업하는 분들을 만나다 보니 그런 모습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고나 할까. 지금은 안무자님이 요구하는 부분들을 내가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나에게 숙제다.
[질문]: 너무 좋은 말들만 해주시는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 이제 본격적으로 ‘안무자 까기’를 해보자. 알까기도 아닌 ‘안무자까기’다. 얼마나 즐거운가. 여러분의 이야기는 철저히! 보호될 것이다. 우선 김문주 댄서부터 시작해보자. 사실 지금 두 작품을 하고 있는데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다.
[김문주]: 천샘 안무가의 특징은 원하는 게 명확하다. 그런데 그 부분을 충족 못시켰을 때 댄서로서의 자괴감?, 괴리감이 크다. 지정 안무가는 툭 던져주는 게 있는 데, 그걸 내가 댄서로서 제대로 이해했는지 햇깔리는 때가 있어서 두 작업의 특성이 판이하게 다른 건 사실이다.
[질문]: 그러한 상이점이 댄서로서의 성장을 돕는 지점이 있는지?
[김문주]: 나같은 경우 어렸을 적부터 무용을 실기로만 해오다 보니 그만큼 작품 주제를 선정하는 폭이나 깊이가 부족하지 않나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저렇게 많은 생각과 고민과 과정을 통해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을 지켜보다보면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큰 동기부여가 된다. 그 과정을 통해 많이 배우는 중이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실기적인 것을 많이 연마한다고는 했지만 즉흥을 잘 소화하지는 못했는데,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도 작품에서 필요로 하는 움직임을 집중적으로 탐구해 이를 작품에 삽입하는 과정이 도움이 많이 된다. 작업을 입체적으로 할 수 있는 안무자들의 방식, 노하우가 조성되어 있다고 해야 하나?
[김동일]: 긴 호흡으로 가다보니 나에게도 도움이 많이 된다. 이번 작품은 지난 작품들에 비해 작품의 결이 다르다고 해야할 것 같다. 안무자가 교수와 신인의 중간 세대이다 보니 신인들은 무언가를 건드리다가 말고 다음 기회로 가는데 그렇지 않고, 교수들은 움직임을 같이 호흡하지는 않는데, 이번에는 같이 움직이며 깊이 있는 곳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나는 좋다. 나부터 작품을 만들고 안무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 작품 임하는 자세나 안무를 받아보는 과정이 좋은 측면이 있다. 때로는 작품이 즉흥 베이스에 안무자는 장면의 연출만 줄 때가 있다. 그래서 움직임의 치밀한 구성없이 개개인의 즉흥에만 작품 전체가 의존하게 된다. 그런 작품을 하면 처음에는 신선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가다보면 어려운 점들이 생기는데, 지금 작품은 움직임이 안무자에 의해 직접 수정되고 움직임의 보완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그런데 그것을 불편하다고 하기보단 꼭 알아야 할 부분인 듯해 도움이 된다.
[이혜원]: 난 작업 자체를 오랜만에 하는데 그 전에는 무용단에서 연수단원으로 참여하면서 무용단 경험을 한다는 정도라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동기부여가 되지 못했다. 나의 능력들을 발휘할 수가 없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팀의 출연진들과 나이대도 비슷해서 같이 만들어나갈 수 있고 적극적으로 표출할 수가 있어서 참 좋다. 즉흥 트레이닝 위주로 하다가 다시 동작을 받고 그것을 해내는 방식으로 변경되다보니 그게 도전이 되기도 하고 움직임의 재미를 되찾는 부분이 있다.
[김민영]: 집중적으로 장면을 구성하느라 둘이만 만나면서 좀더 구체적으로 접근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동작이 정리되니까 내 몸의 해석도 편해지면서 좀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 안무자가 많이 오픈되어 있는 점이 좋다. 코멘트를 주는 태도와 말투가 참 중요한 것 같다. 작업을 하면서 너무 별로였던 적도 있었고 이런 게 공연이라면 나는 하고 싶지 않다고 느낀 적도 있었는데.
(김하람 늦게 합류에서 중간 지점부터 인터뷰 시작)
[질문]: 민영씨가 좋은 질문 거리를 하나 던져준 것 같다. 그러면 우리 잠깐 작품 이야기를 떠나 다른 얘기를 해보자. 현재 한창 작업에 임하는 댄서로서 여러분들이 생각하기에 안무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방금 합류한 김하람 댄서부터 답변을 부탁드린다. 김하람 댄서는 현재 김지정 안무의 ‘베드 아일랜드’에 출연중이다.
[김하람]: 현재 작업하면서 좋다고 느끼는 점은 안무자의 메시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다. 안무자가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어떤 형태들을 많이 생각해오는데 그 부분에 대해 확고하게 고수하는 부분이 있다. 안무자의 요구를 맞춰가면서 표현해야 하는 것이 나에게는 지지탱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된다. 이 장면 안에서 나는 어떻게 표현하게 하는지를 좀더 고민하게 되고.
[김동일]: 작품을 해보면 작품의 내용이나 주제,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부분들이 크게 새로운 것이 없는 이상 댄서들과 공감하려는 능력이 제일 중요한 듯하다. 가끔 안무자 자신은 너무도 중요하게 여기면서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려는 태도를 갖고 강제적으로 메시지를 주입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러한 메시지는 혼자 일기장에 쓰면 되지 굳이 무대에서 댄서들까지 괴롭히면서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동 웃음)
[김문주]: 안무자의 삶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 그래서 무용수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느냐, 어떻게 무용수 안으로 그 느낌이 녹아들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사회에 살고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딱딱해졌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작업을 하면서 다시 내면이 녹아드는 시간이 있다. 설명을 듣다가 울기도 하고.
[이혜원]: 내 생각에 안무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1. 내가 그 댄서를 택한 이유. (마치 부모가 자녀를 어떻게 해서든 같이 가려는 것처럼 포기하지 않는).
2. 작품에 대해서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
3. 공연날이 되었을 때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있는 쿨함. (기획자 물개 박수!)
[김민영]: 자기 작품에 대한 애착과 그것에 대한 노력이 보이면 댄서로서는 힘들면서도 따라가게 된다. 그런데 다른 일을 너무 많이 벌여놓고 성의없게 하고 있는데, 자신은 그러면서도 댄서에게는 성의 있게 해달라고 할 때 난 화가 난다. 솔선수범. 자신도 같이 장면 안에서 직접 해보면서 “왜 안돼?“라고 이야기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각자의 개성이 다른데 그걸 볼 줄 모르면서 댄서 탓을 하는 안무자는 안 될 것 같다. 그것마저 커버하는 안무자가 되어야 한다.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려고만 하는 안무자는 위험하다. 어쨌든 움직인다는 것은 마음이 움직여야 몸이 움직이니까.
[질문]: 인터뷰를 두 시간 이상으로 잡을 걸 그랬다. 이렇게 흥미로운 주제들이 나올 줄이야.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더 깊은 얘기들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 질문이다. [2018 살롱 이브닝: ‘인간예찬’]을 올리기까지 이제 딱 한달이 남았다. 기사는 계속 나가고 있고. 한달 뒤 만나게 될 관객분들이나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마지막 말이 있다면?
[김하람]: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할 건 해라.' 그리고 얘기를 쭉 들으면서 느낀 점은 관객들이 작품을 보면서 자신에 대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주제에 공감을 하고 돌아갔으면 좋겠다.
[김문주]: ‘인간예찬’이라는 주제 아래서 안무를 기획했다고 알고 있는데, 그 의미가 무엇일지 때론 물음표가 뜰 데도 있지만 인간이라는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와서 보시면 좋을 듯.
[김동일]: 참여하시는 분들 아프지 말고, 잘 끝나고 보러 오시는 분들은 치유되어 가시길.
[이혜원]: 이 시대가 많이 딱딱해져 있다. 많이 딱딱해진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렸던 것에 대해 지금 작품에 임하는 사람들도 집요하게 찾아보고 있으니, 관객들도 그것을 충만하게 찾아가는 계기가 되길.
[김민영]:삶이 너무 바쁘고 지친 사람들이 왔을 때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하는, 뭔가 리프레쉬되는 계기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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