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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예술가의 슬픈 현주소 (2017-18 무용계 주요 이슈 종합토론회, 발제문)

댄서스라운지 2017. 12. 13. 23:37

 

 

 

청년예술가의 슬픈 현주소

 

 

천샘 | 현대무용인, 오후의 예술공방 대표

 

 

<글을 시작하며>

최근 <춤인>이라는 무용웹진에 젊은 무용가가 기고한 글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글은 대한민국에서 무용과를 졸업한 무용인들의 현주소를 씁쓸하지만 위트 있게 고발하고 있었는데요. 그 중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대학무용과 자신이 하는 무용이 잘 맞아떨어진 사람들도 있던 것처럼, 돈을 벌 수 있는 무용과 자신이 하는 무용이 잘 맞아떨어진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나처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단연 많을뿐더러 예술은 하나를 향해서 가는 게 아니라 각자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내가 여기서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 할 순 없지만 한 가지 짚고 싶은 건, 사회가 우리에게 정상 범주에 들기를 너무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처럼 정상 범주의 학교에 들어갔다가도 튕겨져 나오는 사람들이 있는 건데, 그 것은 잘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 많은 청년들이 그런 위치이고, 예술가도 그런 것 같다.”

저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올해부터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지원정책으로 선보인 <청년예술인 최초지원사업>에 선정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 정책은 청년들의 실업률 해소와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서울시의 청년정책, 그리고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한 예술 지원정책이 합쳐진 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 땅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 예술가로서, 그리고 정부에서 예술가들을 위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지원사업의 첫 경험자로서 두 경험을 돌아보며 젊은 예술인들을 위한 토양을 되짚어보려고 합니다.

 

 

<‘풀뿌리무용가의 서글픈 현실>

저는 풀뿌리 예술가-’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이 말은 제가 과거 환경단체에서 잠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말인데요. 세상 곳곳에 작은 변화를 일으킨다는 의미에서 풀뿌리 활동가’, 또는 풀뿌리 단체라는 표현은 한 때 시민사회에 즐겨 등장한 단어입니다. 그렇다면 풀뿌리라 함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민들레 홀씨처럼 가벼운 몸으로 어디든 날아가 싹을 틔우고 발아할 수 있는 생명체. 세상 곳곳에 숨어 있는 이름 모를 풀꽃들이 우리 사회의 면면에 씨를 뿌리고 꽃을 틔운다는 의미이겠지요. 우리는 그러한 한 사람 한 사람 시민의 토대가 우리 사회를 성숙시키는 힘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맞선 촛불집회에서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풀뿌리예술가는 어떨까요. 근본적인 의미는 위 해석의 연장선상에 있겠지만, 좀더 현실적으로 그 의미를 짚어본다면 아직 예술계에서 두툼한 뿌리를 내리고 지속적인 지원금받을 수 없어 적은 금액이라도 지원받을 수 있는 곳으로 유랑해야 하는 예술가들을 의미할 것입니다. 흔히들 독립예술가, ‘청년예술가, ‘젊은예술가라고 부르는 이들이 이 범주에 속하겠지요. 즉 커다란 단체의 소속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자신을 불러주는 어느 작은 무대든 서야하는, 말이 좋아 자유로운예술가. 그러나 현실은 열정페이조차 받기 힘들며 자비를 털어야 자기 작품을 올릴 수 있지만 그러한 무대조차 경쟁이 치열해 근근히 버티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예술가들을 우리는 풀뿌리 예술가-’ 혹은 풀뿌리 무용인이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렇다면 이들이 설 수 있는 무대는 도대체 몇 개나 있길래, 아니 몇 개 밖에 남지 않았길래 이 연약한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는 것일까요. 이 발제를 위해 현재 개최중인 신인안무가전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안타깝게도 데이터베이스화 된 무대 목록을 구할 수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무용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사이트인 이상댄스(www.esangdance.net)를 방문, 이상댄스에 나온 2017년 공연달력을 바탕으로 젊은 무용인들이 설 수 있는 신인안무가전의 무대를 추려보기로 했습니다. 자의적 기준이지만, 제 연고가 서울이고 따라서 제가 명확한 자료를 얻을 수 있는 지역이 서울이므로

1. 서울에서 작품이 올라가는 무대,

2. 신인안무자와 기존안무자가 섞여 있다 하더라도 신인안무자가 포함되어 있는 무대,

3. ‘신인이라 함은 현재 무용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단체나 개인이 아닌 나머지 사람들로 구분했으며, 나이제한은 두지 않았습니다.

4. 장르는 현대무용(한국무용, 발레 제외)으로 제한.

 

부족하나마 위의 기준으로 추린 신인안무가들을 위한 무대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용제/공연 이름

주최

작품성격

해외/국내경쟁작 안무심사 유/

댄스플레이작가전

얘기아트씨어터

신작

있음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신작

 

없음

드림앤비전페스티벌

창무예술원

신작

 

없음

NEXT-NEXT

서울탄츠스테이션

신작

 

없음

신인안무가전 코스푸레

프로젝트: 새싹이예염!

댄서스라운지

신작

 

없음

신진안무가 NEXT

M극장

신작

 

없음

서촌예술축제

플랫폼 A

신작

 

없음

국제2인무페스티벌

성균소극장/한국춤예술센터

기존작/신작

있음

댄스엘라지

프랑스 3개 재단

신작

있음

 

NDA (New Dance for Asia 뉴댄스 페스티벌)

데시그라데

무브먼트

신작

있음

 

파다프 융복합공연예술축제

상명대

신작

있음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SCF)

한국현대무용진흥회

기존작

있음

 

모다페: Spark Place

한국현대무용협회

신작

있음

 

SPAF: 서울댄스컬렉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작

있음

 

 

<기타>

*페스티벌 봄 2016년 해체

*끼리댄스페스티벌 2014년 해체

*CJ영페스티벌 2010년 전후 해체

*유댄스페스티벌 무용과 재학생 대상으로 개최되므로 목록에서 제외.

 

제가 추린 목록은 이정도 됩니다. 목록으로 보니 꽤 많아 보일지 모르나 유서가 깊은 페스티벌일수록 4년제 무용과 대학 졸업장을 제외하고 별다른 이력이 없는 신인에게는 문턱이 매우 높습니다. 누적된 무용과 졸업생의 숫자에 반해 채 열다섯 개가 채 안 되는 신인을 위한 무용 페스티벌의 숫자는 결코 많은 것이 아닙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국내의 대표적 다원예술축제로 젊은 안무자들의 창작열정을 지원하고 실험정신을 높이 샀던 <페스티벌 봄>같은 경우 작년에 운영진 갈등 문제로 10년을 넘게 이어온 페스티벌 자체가 해체되었다는 점입니다. 그 외, 신인안무자 발굴을 위해 아리랑홀에서 개최되었던 <끼리댄스페스티벌>은 시작한 지 2년 만에 해체, CJ문화재단에서 후원했던 <CJ영페스티벌> 역시 4~5년 만에 해체되었습니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CJ문화재단에서는 음악과 연극은 지원하나 더 이상 무용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목록을 추리면서 들었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4년제 무용과 졸업장 한 줄의 이력을 지닌 무용인이 설 수 있는 무대는 도대체 몇 개나 있을까-.’ 다시 말해 콩쿨 입상 경력이나 학교 무용단 또는 지도교수의 작품을 뛰었던 이력이 없는 다수의 청년 무용인. 그리하여 그야말로 대학교 졸업장이라는 이 평범해보일지는 모르나 결코 얻기는 쉽지 않았을 종이 한 장을 스펙으로 가진 젊은 무용인들을 위한 무대는 어디에 있는가, 라는 질문 말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다른 일련의 질문들로 이어집니다. 저 무대들 중 채 20분도 되지 않는 작품 하나를 올리기 위해 제작비, 조명비, 영상비 등등의 명목으로 을 요구하지 않는 무대는 또 얼마나 될까. 해외진출을 명목으로 작품에 등수를 매기는 안무대회가 아니라 그저 나의 청년스럽고’ ‘촌스러울지 모를평범한 작품을 독려하는 무대는 또 얼마나 될까.

 

특히나 마지막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해외 진출을 주목적으로 하는 안무페스티벌들이 많아질수록 이는 젊은 무용가들이 내 것을 시작하기도 전에 현재 유럽의 현대무용 트렌드를 따라할 유혹에 노출시키고 그만큼 내것을 시작해야할 천금같은 시간을 잃어버리게 만든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 모든 유혹의 밑바탕에는 신인이 등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국내 무대 숫자와 때문에 몇몇 큰 무대를 두고 과열될 수밖에 없는 경쟁, 따라서 작품의 메시지나 예술적 사상, 움직임의 가치에 여유를 두고 깊숙이 파고들 상상력 없이, 일시적 트렌드를 쫓는 유혹에 노출된 불안한 현실이 있습니다.

그저 무대가, 춤이 좋아서 내 나이와 시기와 경험에 맞는 너무 핫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작품을 올리고 그 평범함 속의 꾸준한 성장을 지지해줄 무대를 저는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력서 한 줄을 채우기 위한 작품의 필요 때문이 아니라, 어느 깊은 밤 방구석에서 라디오를 듣다가 춤을 추고픈 감흥에 떠밀려 만드는 젊은 날의 작품. 이 밤의 하릴없는 마음을 움직임에 녹여내고픈 젊은 열정을 품어줄 너른 무대를 꿈꾸는 것은 너무 어리석은 짓일까요. 하지만 다소 낭만적으로 보일지 모를 이 질문이 바로 국내 예술계에서 청년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 방향을 이야기할 때 가장 빠져서는 안 될 핵심 질문입니다. 청년 예술가의 데뷔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마저 제대로 제공되지 않은 채, 소모품처럼 누군가의 무용수가 되고 버려지기를 강요하는 시스템은 비참하고 저열합니다. 우리 안의, 무용계 안의 적폐는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창작지원사업: 소액지원제도의 가능성>

서울문화재단 산하 서교예술실험센터에는 소액닷컴이라는 지원사업이 있습니다.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프로젝트에 합격한 예술가에게는 프로젝트 진행비 백만 원을 지급하는 지원제도입니다. 단 이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예술가는 심사가 있는 당일 자신의 프로젝트를 다른 지원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지원자들은 자신의 작품을 제외한 다른 작품, 즉 자신이 가장 보고 싶은 작품에 투표해야 합니다. 동료 예술가들이 프로젝트의 지원자이자 심사자가 되기도 하는 특이하고도 투명한 심사제도 때문에 서교예술센터의 컨텐츠들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가 되었고, 지원 규모가 백만 원이기 때문에 수혜자도 많습니다. 그리하여 이 프로젝트에 합격한 여러예술가들은 영수증 첨부가 필요 없는 백만 원을 지원받아 그 돈으로 자신의 전시회, 작품 발표회, 연극 등을 서교예술센터 지하에 비치된 전시공간에서 수시로 엽니다.

올 해 제가 선정된 사업은 <최초예술지원사업>의 사전연구형입니다. 공연에 앞서 사전연구를 위한 활동비 명목으로 젊은 예술가들에게 200만원씩 주어지며 영수증을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소액닷컴과 비슷합니다. 저는 이 사업에서 받은 200만원으로 핸드폰으로 인해 축소되어가는 인간의 신체언어의 회복과 탐구를 위한 <아기와 함께 하는 즉흥> 워크샵을 4개월 동안 진행했습니다. 두 팀으로 나누어 총 20여회의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저희 연구의 일차 목적은 내년 여름에 초연될 예정인 단체의 세 번째 공연인 <인간예찬>을 위해 (일부는 공연 장면으로 쓸) 안무 자료를 모으기 위함이었고, 두 번째로는 이 연구에서 도출될 결과들이 있다면 육아에 고생하는 젊은 엄마들을 위한 워크샵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지금, 저희는 결과적으로 두 가지 목표에 다 실패했습니다. 아기와의 즉흥이 공연 장면의 일부로 쓰이려면 4개월 이상(적어도 1년 정도)의 세션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고, 육아맘들을 위한 워크샵은 저희가 현재까지 움직인 내용만으로는 일반 엄마들을 위한 순서를 도출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시작할 때에는 이렇게 될 줄 몰랐지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실패했고, 수많은 감흥은 얻었지만 공연화와 상용화에 있어서는 실질적인 결실을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얻게 된 확신이 있습니다. 그것은 젊은 예술가들의 똘기어린, 실패를 허락하는 연구와 창의적인 실험에 대한 정책 차원에서의 지원 필요성입니다. 저는 제가 이 사업에 선정되지 않았더라면 이 연구를 실행에 옮기지 못했을 것이고, 이 실패가 남기는 의미가 무엇인지, 젊은 예술가가 나아가야할 길과 탐구정신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연구는 저에게 모방하지 않는 삶과 작품에 대해, 해외진출과 이력에 대해 급급하지 않는 예술에 대해 아주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환기된 이유는 저희가 적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지원을 받아 힘겹지만 이 과정을 매주 지속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최초지원사업은 사전연구형과 창작발표형 두 가지로 지원되고 있습니다. 사전연구형은 제가 채택된 연구와 워크샵, 공연의 사전준비를 할 수 있는 지원금이고 창작발표형은 실질적으로 공연을 올리는 형태입니다. 그러나 대학을 갓 졸업한 신인들이 한 시간이 넘는 공연 한 편을 올리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그보다는 20분 정도의 작품을 먼저 만들어 자신의 역량을 알아보아야 하고 이를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소액 지원제도의 활성화가 훨씬더 시급합니다. 그 마중물이 채워진 후에야 그중의 누군가는 한 시간의 공연을 발표할 수 있는 다음단계로 갑니다. 하지만 현 지원제도의 경우, 자신의 이름으로 공연 전체를 올리는 창작발표형이 더 비중이 큽니다.

 

 

 

<작은 무대들의 시작: 아무것도 묻지 않는 스튜디오 공연의 활성화>

2016, 서울무용센터가 설립되었습니다. 서울무용센터는 무용인들의 오랜 필요에 화답하듯, 스튜디오 공연을 열 수 있는 최적화된 시설과 착한 가격에 대여가 가능한 여러 무용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공연장은 일반 공연장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공연이 가능하며, 연습용 스튜디오와 무대를 번갈아가며 호환 가능한 장점 때문에, 들어서면 일반 공연장과는 또다른 예술의 향기를 느끼게 됩니다. 일반적인 공연장이 조금은 딱딱하고 경직된 스타디움같은 느낌이라면 스튜디오 공연장은 무용인들의 땀내음이 시시각각 벤 너른 뜰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스튜디오 공연의 활성화는 젊은 예술인들에게는 또다른 기회의 무대일 수 있습니다. 현재 민간에서 스튜디오 공연을 진행 중인 대표적인 공간으로는 신촌의 서울탄츠스테이션, 서촌의 플랫폼A, 홍대의 댄서스라운지 등이 있습니다(참고로 댄서스라운지는 제가 공간의 큐레이터 일을 맡고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서울탄츠스테이션에서는 Next-Next라는 이름으로 서울탄츠스테이션에서 운영하는 컬쳐컬러무용단의 단원들과 젊은 현대무용가들이 안무한 신작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현대무용과 일반인들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티켓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고 두세 달에 한 번씩 꾸준히 신작을 올리며 공연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플랫폼A는 서촌에 있는 카페, 특색 있는 지역공간들과 무용공간인 플랫폼A가 연계해 서촌일대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기 위해 펼치는 의미 있는 예술축제로 호평 받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댄서스라운지에서는 살롱이브닝이라는 이름 아래 2015, [세월호1주기 추모공연: <팽목의 자장가>]를 시작으로 우리 사회의 그늘을 움직임으로 고발하는 기획공연들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인안무가전 코스푸레 프로젝트: “새싹이예염!”]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원래 2년에 한 번씩 기획되었던 프로젝트로, 공모를 통해 선정된 신인안무가들의 신작을 최대한 완성도를 높여 티켓을 판매, 그 총수익을 1/n로 안무자 전원에게 정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5년과 2017, 총 열두 명의 신인안무자들을 만나 작업하였고, 주변의 요구에 화답해 내년부터는 연례화해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대화할수록 뼈저리게 깨닫는 점은 저희 무대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아래는 <프로젝트 새싹이예염!’>의 신인안무가 공모문 중 일부입니다.

이 시대에 '진정한 새싹'은 대학을 졸업한 이십 대 중반부터 시작되는 법.

졸업 뒤 현대 무용가로서 외길 인생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한 그대.

무용제에 나가려면 참가비를 내야하는 현실마저

마뜩찮아 적당한 반항기가 일지만,

그래도 혹여나 조심스러운 마음에 뒤에서만 궁시렁하는 그대.

조명에 의지한 나약한 작품이 아닌 움직임의 참신함을 꿈꾸며

온 몸을 바닥에 날려 먼지를 뒤집어쓰며 승부할 그대.

딱 중간 지대의 겸손한 실기 실력과 그만큼 다져진 겸손한 마음으로

4개월 동안 '내 인생의 역작'에 올인할 그대.

 

저희는 그대들의 학력, 입상 경력, 그 무엇도 보지 않으며,

다만 여러분 안에서 현실의 무게에 무겁게 눌리고 있을지 모를

어떤 새싹의 꿈을 함께 만개하고픈 예술적 발아지점만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씨앗이 댄서스라운지에서 함께 틔워야 할 싹이라면

그 첫 발아 과정을 한석봉의 어머니가 석봉을 뒷바라지 하듯-

깜깜한 불 속에서 여러분에게 떡을 썰게 하는 심정으로..

진지하고도 갸륵하게 뒷바라지하는

나름 비옥한.. 창작의 토양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댄서스라운지에서 2년에 한 번씩 준비하는 야심발랄 기획공연!

[신인안무가전 코스푸~레 프로젝트: 새싹이예염!]입니다.”

 

이 꿈을 같이 꿔줄, 무대가, 공간이, 지원제도가 더 필요합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최초지원사업의 목적을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단기 예술경력을 보유하고, 공공 지원금 수혜 경력이 없는 청년예술인의 데뷔 및 창작기회를 제공하여 예술생태계로의 진입과 성장을 도움 저는 이 말을 읽다가 어쩌면 현 지원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는 이 시각에서부터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을 예술 생태계 진입시킨다-.’ 과연 예술이 (역량 있는) 누군가를 예술계로 진입시키고‘, 따라서 나머지가 된 누군가는 탈락해야할 문제일까. 오늘날 대다수의 젊은 예술가가 처한 현실은 위 지원사업의 수혜를 입지 못했으므로 저 목적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사람들입니다(참고로 제가 선정된 사전연구형은 20171차 상반기 사업에 총 3명이 선발되었습니다). 위 목적의 숨은 의미는 젊고 역량 있는 예술가들을 예술계로 진입시켜 그들이 지원금을 받아 예술계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고, 그리하여 2의 최고은 작가 사건이 나오지 않도록 한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하지만 정부와 기득권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그 재능 있는몇몇을 등단시켜 그들에게로 쏠림현상이 일어나는 무대와 지원금 책정의 낡은 시스템을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변화시키는 일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땅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작품 하나 내기 쉽지 않은 젊은 신인들을 위해 그들의 예술적 창작열을 자연스럽게 싹틔울 수많은 작은 무대와 소액 지원금을 증강하는 일일 것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첫걸음을 밟기 위한 토양을 마련하는 길만이 예술계의 적폐를 자연스럽게 걸러내고 공정한 경쟁을 이끄는 시작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