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 쯤 전,
미국의 액션-스릴러 영화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봤습니다.
가해자들이 자신들이 성폭력을 행사한 여성을 휴대폰 동영상으로
찍어 협박하는 내용이었는데요.
당시만 해도 휴대전화는
스마트폰으로 가는 길은 멀고먼,
그니까 사진과 동영상 기능이
갓 추가되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가 휴대전화로
그런 폭력을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니
문명의 이기를 이용한 폭력성이
너무도.. 끔찍스러웠습니다.
그러면서 막연히 생각했지요.
'저런 막되먹은 일이 설마
우리나라에선 일어나지 않겠지..'
십여년이 지난 지금-
신문에는 고등학생, 어른, 정부 관료 등등
다양한 계층이 저지른 성폭력,
성추행 사건들이 연일 보도됩니다.
당연히 사건에는 위에서 말한 2차 피해도 있고요.
다만-
저는 더이상 그 폭력성에 치를 떨지 않습니다.
되풀이되는 비슷한 사건들 속에서 그저 잠시 안쓰러워하고
연예면으로 시선을 돌릴 뿐입니다.
그날 영화를 봤을 때 받았던 충격이
그때 내가 '순진했었지'라고 위로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돌아보면 사실 그게- 무섭습니다.
사실은 일어나는 게 당연한 일을 '순진해서' 몰랐던 게 아니라,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던' 것인데요..
이에 당황했던 그날의 자신을 '순진하다'고 달래며,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사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부식되어가는 제 멘탈도 조금씩. 그렇게. 길들여져 가는 것.
오후의 예술공방에서 마련한 17번째 스터디이자
<안무자 스터디 시리즈> 마지막 3탄은
손나예 안무가가 준비한
'대형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입니다.
살롱이브닝을 위한 안무자 스터디의 마지막 회로써,
국내외에서 반복되는 대형사고의 원인을 짚어보고,
이런 사회 속에서 예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1부: 국내 사례는 손나예 안무가가
2부: 해외 및 국내의 유사 사례는 김하람양이
3부: 민영화와 사회 제반적 문제점은
채미정님께서수고해주실 예정이며,
끝난 후 작품 개괄은 손나예 안무가께서 수고해주실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날은,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1년 동안 스터디하느라 수고하신 예술가분들을 위해
라운지에서 맥주와 탕수육을 조촐하게 준비할 예정입니다.^^
끝나고 조촐한 뒷풀이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오니,
머리는 뜨겁게, 끝나고서 가슴은 시원하게~!
우리의 연말을 예술과 지성으로 다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항상 그렇듯, 공방의 모든 스터디는 고민하는
풀뿌리 예술가분들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연말의 이 우울한 이야기가 여러분을
깊고도 두툼한 감수성을 일깨우는 시간으로 초대하길 바라며- 다음주 토요일에 뵐께요.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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