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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벌판-창제작진의 글] '예술은 지치지 않을- 것입니다' (20.9.1)

댄서스라운지 2020. 9. 22. 22:11

[예술은 지치지 않을- 것입니다] 

- 9월 4일과 5일 예정된 본 공연을 비대면 온라인 공연으로 전환하며 -

며칠 전입니다. 코로나 환자가 400명까지 치솟은 어느 날, 이번에도 공연을 올리기가 결코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직감하며 가슴 속에 치솟았던 외침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못한다면 우리는 다음을, 또 다른 다음을 기다려 벌판을 열 것이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해 또다시 절체절명의 순간에 도달했지만 마음은 의외로 담담했습니다. 체념, 포기가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담대한 근육이 마음에 생긴 것 같았습니다. 재앙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한 예술가로서의 근육. 지쳐서는 안 될, 포기해서도 안 될 어떤 근육이 올 3월부터 지금까지 견뎌내면서 저희에게는 생기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를 힘듦 속에서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관객과 함께 느끼고픈 예술을 향한 목마름입니다. 

공연을 하는 사람들은 압니다. 아무리 언택트 시대라 하더라도 비대면 공연이 궁극적인 답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요. 무용수들의 에너지와 이를 담아낸 몸짓, 그리고 그 안에 쌓여 굽이굽이 흐르는 객석과의 상호감각의 타래를- 호흡하지 않는 스크린은 차마 담아낼 수가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우리 모두의 안전이기에 이 재난 시대에 예술은 무엇을 바라보고, 때로는 과감히 포기하며, 또 때로는 혼란 속에서도 나아가야 하는가, 재차 질문합니다. 

8월 30일(일) 0시를 기준으로 준 3단계에 해당하는 2.5단계로 격상된 현실을 마주하며, 저희는 9월 4일과 5일에 예정된 본 공연을 비대면 온라인 공연으로 전환합니다. 링크는 본 공연이 예정된 이번 주말인 5일과 6일(토/일)에 열릴 예정이며 온라인 녹화 중계 관람을 신청해주시는 분들께는 링크가 전송될 것입니다. 티켓 취소 및 환불도 당연히 가능합니다. 본 공연 당일에는 비공개 쇼케이스만 진행됩니다. 

저희는 오늘을 기억하며 다시 한 번 다음을 기다리고, 기다려, 준비하겠습니다. 마스크 없이 공연하는 날을. 서로의 어깨가 닿을 때까지 비집고 들어가 촘촘히 앉아 있어도 앞으로의 60분을 향한 기대만으로 가득한 순간을. 뛰고 뒹굴고 달리고 땀범벅이 되어 널브러져도 감격스러운 너른 벌판에 가닿을 그 언젠가를. 우리가 “함께 벅차오르게 느끼고픈 그 순간을” 반드시 기억하여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각, 실시간으로 뉴스를 확인하며 쓰라린 가슴으로 무대를 지키고 계실 동료 예술가들에게 깊은 위로와 응원의 연대를 보냅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큰 타격을 입은 공연예술계의 일원으로서, 우리 모두가 이 시간을 잘 견디고 과거 ‘겁 없이 무대를 준비해왔던’ 마음의 힘을 지치지 않고 잘 지켜내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하지만 언젠가는 가닿을 그 곳, 그 시간, 그리고 그 안에서 차오를 서로의 눅눅하고도 친근한 온기, 사무치도록 그립지만 아직은 ‘회복’이라는 단어는 신기루 같은, 그럼에도 가 닿아야할 그곳에 대한 목마름을 안고, 이번 주는 방에서 선풍기 바람 솔솔 맞으며, 스크린에서라도 우리, 뜨겁게 만납시다. 

‘뜨거운 성원’이라는 표현이 참 진부하다 생각했는데, 
‘뜨거운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아직 가닿지 못한 그곳, 찬란한 벌판>의 창/제작진 
   서경선, 김하람, 채미정, 권이은정, 오유진, 천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