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꿈들이 만나는 지점에 서 있습니다
[새싹이예염! VOL.3-기획후기]
천 샘 | 오후의 예술공방 대표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꿈을 들여다볼 때-. 그런데 그 꿈이 욕망, 나르시시즘, 본질적인 것에서 벗어난 여러 비본질적 외피들로 덧칠된 것이 아니라 조금은 순진하고 밋밋할지언정 그 모든 투박함을 잊게 만드는 온전한 ‘자기것’으로 채워져 있을 때 그 작은 작품을 바라보는 기쁨이 움틉니다. 그럴 때 이 판을 벌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싹이예염!]은 그리하여 누군가의 꿈들과 저의 꿈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제가 신인 때 참으로 받고 싶었던 ‘용기’를 이제야 누군가에게 건네면서 무한한 대리만족을 느끼는 프로젝트이고, 과거 어느 때인가 유행처럼 번졌던 ‘안무가 인큐베이팅 시스템’이라는.. 안무가가 닭도 아닌데 마치 그 레일을 통과해 세상 밖으로 나오면 자동적으로 안무가가 된다는 듯한 인상을 주는 난감한 표현 대신, 예술가는 성실하고도 지난한 자기직시의 과정을 거쳐 아주 눈꼽만한 예술적 떡잎을 틔울 수 있음을 전하고 싶어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다시 말해 그 지난하고도 타협이 없는 창작과정의 면면을 전면으로 내세워, 제도적으로 만들어진 소위 “육성” 시스템이나 선천적으로 타고난 천재적(?) 끼를 내세워 그럴싸한 작품이 탄생한다는 듯한 허울을 깨고자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그렇게 올 해도 어김없이 시작한 5개월의 시간이 지나, 이제 이틀 후 본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현대무용에 편중된 신작 지원들의 홍수 속에서 올해는 장르간 균형을 최대한 맞추며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했고, 처음으로 다원예술이 합류했습니다. 2주에 걸쳐 진행되던 기간을 1주로 단축해 지루하지 않은 배치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선보이기 위해 정비했고, 작품을 보고 나올 관객분들의 발걸음이 피로감 대신 청년예술의 가능성에 고개가 끄덕여지게 하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이제 ‘청년예술’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표현이 되었고 지역문화재단에서는 이 표어를 내걸고 많은 지원금을 앞다퉈 투입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청년예술’과 ‘청년예술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그것은 분명 지원금도 있겠지만 궁극에는 무대, 즉 어떠한 참가비, 경쟁, 해외진출의 떡밥들로 본질을 미혹시키는 무대가 아니라, 비본질적인 요소들로 본질을 흔들지 않고 예술가들이 자신에게 집중하게 하는 무대들입니다. ‘청년예술’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나 자신이 되게 해주는 무대이며, 내가 믿는 가치들을 무대 위로 스스럼없이, 두려움없이 견인하도록 독려하는 무대입니다. 예술 작품은 궁극에는 한 예술가가 평생을 걸쳐 믿고 지켜온 치열한 신념들의 소집합으로 채워지기 때문입니다. 외부적으로 주입된 가치와 수식어를 최대한 벗어나게 해주는 너른 무대가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청년예술’이 긴급 구호를 연상시키는 듯한 뉘앙스가 아니라 ‘도전을 상징하는 언어’로 살아 있는 한 필요할 것입니다.
올 해 역시 그 꿈에 조금이라도 다가갔기를 믿으며 이번주 금요일과 토요일, 라운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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