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힘쎈 여자 도봉순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이 드라마는 힘이 초인적으로 센 작은 여성이 주인공이다.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가족, 직장, 남자들과의 해프닝이 익살스러운 꽤나 재밌는 드라마이다. 그리고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 같은 설정에서 사회의 실제 어두운 면을 꼬집고 풍자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인상적인 것은 극에서 여자만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끔찍한 범죄가 나오며 그 속에서 힘이 센 도봉순은 주변에서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약자들의 편에 서있다.
물리적인 힘으로 이길 수 있는 대상이 여성이라고 남성들 사이에 인식되고 (생물학적인 차이는 어쩔수없는 부분이겠지만, 그것을 당연시하고 으스대는 분위기는 신기하게 느껴진다.) 밤늦게 죽임을 당할 것을 두려워하며 귀가하는 여성들의 상황들, '딸은 비싼값에 수출하고 며느리는 싼값에 수입한다' 라는 말을 여성인 엄마에게서 나오는 말들을 들으며 웃기지만은 않은 현실을 생각하게 한다. 그건 real 이니까.
이런 시각으로 드라마를 해석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마 예술공방에서 읽고 함께 토론했던 '꽃이 아니다, 우리는 목소리다' 의 내용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때껏 여성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면서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겼다. 여성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유별난 일처럼 여겨지기에 이것이 생각할 문제라고는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책은 강남 묻지마 여성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하나 하나 여성들의 삶과 얽혀있는 사회적인 현실, 성에 대한 인식을 여러 사례를 통해 이야기 나눈다. 함께 토론하고 공감하면서 소스라치게 구분할 수 없지만, 늘 느꼈던 불편한 심리가 나의 삶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얼마나 제한했는지 알게 됐다.
지금도 내 안에 가만히 생각하게 되는 물음 하나는 이거다. 여성은 과연 인간일까.
인간으로 남자와 여자는 함께 창조되었는데, 여성은 폭력의 대상의 상징이고, 물건처럼 여성을 사고 팔고, 관음의 대상이고, 장난감처럼 끌고 갈 수 있는 대상이라는 인식이 여기저기 산재한다. 혹자는 극단적으로 무슨 그런 말을 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여자의 삶을 잘 들여다보면 여전히 알 수 있다. 신장되고 각성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들의 혈투 혹은 투쟁(이라고 적어야 하는게 씁슬하지만)에 의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여성을 잠재적 성적인 대상, 예쁜 인형 혹은 '꽃'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인격에 대한 두려움, 가능성에 대한 질투, 공존에 대한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달콤함에 순응하는 사람도, 많다.
무엇이 틀리다 맞다의 싸움이 아니지만, 적어도 사회의 이상한 모습들을 당연시 여기고 살지는 말아야 겠다. 나도 여성으로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고 지혜로운지, 그리고 정당한지를 생각하고 싶다.
목소리를 갖고 있는 한 인간으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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