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배우 메릴 스트립은 뼈 있는 수상소감을 말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자리에
앉으려고 하는 사람이
장애인 기자를 흉내냈다.
그는 특권, 권력, 능력에서
우위를 가진 사람이었다...
무례는 무례를 부르고,
폭력은 폭력을 선동한다.
강력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
자신의 입장을 활용하면,
우리는 모든 걸 잃고말 것이다."
스트립의 발언은 듣고 있던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배우이기 전에 한 사람의 시민이자 여성인 누군가는 눈시울이 붉어졌고,
같은 공간에서 듣고 있던 또다른 누군가의 얼굴은 감흥으로 떨렸습니다.
트럼프에 대한 비판인, 한나라의 최고 권력자에게 일침을 가할 수 있는 힘.
노장의 여배우는 과한 칭찬과 불편한 겸손,
그리고 감동없는 감사의 향연이 되고마는 시상식에서
그 모든 사적인 말들을 단호하게 배제하고
시대의 암울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에게 단호한 제동을 걸었습니다.
수상 소감을 지켜보며 저런 예술인을 갖고 있는 나라가 부러웠고,
같은 여성으로서 자긍심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미국 사회가 걷고 있는 불안한 길과
그 안에서 들끓는 선동적 가치관에 단호하게 맞서는 소신 발언은
단지 미국 뿐 아니라 지금 우리나라에도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7년을 시작하는 오후의 예술공방은
오늘날 팽배해진 여성을 향한 사회악, 폭력성에
위와 다르지 않은 힘으로 단호한 경종을 울리는 책으로 시작합니다.
저자 윤단우 님의 신간 <우리는 꽃이 아니다. 목소리다> 입니다.
한 때는 페미니즘이 여성들 사이에서 더 거센 반발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요.
하지만 여성에 대한 무차별적 혐오,
여성을 타겟으로한 여러 심각한 수준의 범죄들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여성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시민으로서
가장 기본적 권리를 누리고 생존의 위험 앞에서 최소한의 보호막을 구현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투쟁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어느 순간부터
나는 '언제 어느 때든 폭력에 취약한 약자로 산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가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작년 강남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은 그러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작년 겨울, 다음 스토리 펀딩에서 처음 이 펀딩의 제목을 보았을 때,
'제목이 참 좋다..'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저자가 개인적으로 아는 분이더군요.
라운지와도 인연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기쁜 맘으로 2017년 오후의 예술공방은
새 해 첫 스터디를 시작하며 이 책의 저자 윤단우님을 모시고,
올 해의 첫 살롱스터디에서 <저자와의 대화>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이번 스터디에서는 발제자들의 책 발제와 더불어
여성으로서 이 사회에 산다는 것,
여성에 가해지는 여러 폭력의 실태와
페미니스트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등을
저자의 생생한 목소리로 편안하게 들어볼 예정입니다.
참고로 이번 살롱스터디는 현 국정농단 사태에 항의하며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광장극장: 블랙텐트>에서
'오후의 예술공방'이 27일에 공연을 하게 된 관계로,
마지막 주 토요일보다 일주일이 빨라진 2월 18일 토요일 3시에 열릴 예정입니다.
'우리는 꽃이 아니다. 목소리다.'
그 목소리를 회복하는 것으로 올 해의 예술공방을 시작하려 합니다.
다음주 토요일인 2월 18일, 3시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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