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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지점 인터뷰 7탄]: 박성은의 <이중 자화상> (15.11.8)

댄서스라운지 2015. 11. 9. 10:17

 프로젝트 [새싹이예염!을 시작하고 석 달 동안 '새싹'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게된 안무가분들 일곱 명을 한 분씩 인터뷰했습니다. 그들의 예술세계는 건강하게 푸릇푸릇했고, 별 것 아닌듯 수없이 고민된- 기법의 참신성은 저를 설레게도, 고민의 토로에는 공감하는 한 숨을 함께 자아내게도 했습니다. 그 길었던 인터뷰 장정의 마지막으로, 박성은 안무가의 <이중 자화상>의 인터뷰를 올립니다. 그리고 이번 주 토요일 3시, 박성은 안무가의 '루프 스테이션을 이용한 색다른' 오픈 클라스를 마지막으로 '새싹이예염! 안무가 '일곱 분의 모든 소개와 작품의 방향성을 조망하는 인터뷰를 마칩니다. 12월 공연에서 여섯 분들의 찬란한 도약을 응원합니다. 지난 넉 달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살롱지기


 

[발아지점 인터뷰 7탄]:

'새싹' 박성은 안무가의 <이중 자화상>

 

인터뷰어: 천 샘 | 댄서스라운지 대표

15. 11. 8. @댄서스라운지

 

 

[천샘 왈(이하 천)]: 작품의 제목과 주제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박성은 왈 (이하 박)]: 작품의 제목은 <이중자화상>이다. 에곤 실레의 그림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실레는 많은 자화상을 그렸는데, 그 중 특히 이중 자화상, 또는 삼중 자화상을 통해서 내면의 불안과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애정, 두려움 등 여러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 그림을 보면 피사체는 실레 자신인 동일한 얼굴인데도 두 얼굴 안에 깃든 표정과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사실 이 그림의 영감을 바탕으로 나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은데, 오랫동안 두 가지 전공을 하면서 여러 고민을 했다. 어쩔 때는 내 안에서 둘이 부딪히기도 했고, 사람들에게 밝히고 싶지가 않을 때가 많았다. 편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고, ‘뭐 할라고 그래요라고 묻기도 하니까 갈등이 많더라. 그러다보니 콤플렉스처럼 자리한 부분도 생겼고. 그 과정에서 생긴 감정과 나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 그렇다고 서사적으로 풀어내려는 것은 아니고, 단편, 단편들처럼, 조금은 담담하게 풀어내고 싶다.

 

[천 왈]: 흥미롭다. 그런 갈등 속에서도 박성은 안무가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두 가지 전공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즉 움직임에 바이올린을 접목한 여러 공연 활동을 시작했다. 작년 겨울에 있었던 클래식과 모던 발레를 접목한 뉴욕 맨하탄에서의 공연, 올 봄에는 <팽목의 자장가> (그 작품들 중 하나가 이번 서울국제안무페스티발에서 다시 올려지는 것이고), 그리고 학교 안팎에서의 공연 등등, 인상 깊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은데. 1년 동안 아주 활발한 활동을 펼쳤는데, 소개를 부탁드린다. 여러 고민 뒤에 시작한 활발한 활동들이 박성은 안무가의 작품세계에 미친 영향은 없는지..

[박 왈]: <슬픔속으로>라는 작품을 했을 때에는 바이올린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시도를 했다. 물론 클래식을 하면서도 감정을 표현한다. 하지만 절대 내서는 안 될 소리가 있다. 그런 소리를 내면 그것이 절대적 실수가 되는.. 그런데 그 작품에서는 오히려 그러한 소리들을 이용해 감정을 극대화 시켰다. , 즉흥은 뉴욕에서 수업을 들을 때부터 흥미로웠는데 이 작품에서는 즉흥을 마음껏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참고로 박성은은 뉴욕 메네스 음대를 졸업했고, 현재 국민대 현대무용 대학원에 재학중이다 - 인터뷰어 주).

작년 겨울 뉴욕에서 했던 자선 공연은 작곡가가 이 공연을 위해 바이올린 콘체르토를 직접 작곡하고 그 음악에 안무가가 안무를 짠 콜라보레이션 형태였다. 그 가운데서 나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춤을 춰야 했고. 따라서 작곡자와 안무자가 원활하게 소통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했었는데, 그 과정 과정들이 전부 색다른, 모두에게 새로운 시도였다. 그래서 의미가 있기도 했고.

사실 무용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 움직임에 악기를 가져오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는데, 연주할 기회가 생각보다 많아서 감사한 면이 있다. 하지만 솔직히 그만큼 걱정 되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해보게 된다.

 

[천 왈]: 그것은 다시 말해 바이올린을 하는 댄서가 아닌 춤추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인식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인가?

[박 왈]:  그렇다. 사실 그 기분을 많이 느꼈다. 나는 춤을 추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지 무용공연에서 연주를 하고 싶어서 춤을 시작한 게 아니다...(잠시 침묵). 물론 내가 움직임 면에서 많이 보충을 해야겠지만, 그만큼 악기와 접목하는 부분에서 좀 더 고민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진다. 또한 움직임 부분에서도 나만이 할 수 있는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오랫동안 악기를 다룬 보잉(활시위)의 움직임이 내 몸 깊숙이 배어 있기 때문이고, 이 부분이 어떻게 발전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천 왈]: ‘바이올린 보잉(활시위)를 통한 움직임의 참신성에 대한 얘기는 작품 얘기를 하면서 좀더 본격적으로 다뤄 보도록 하자.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이번 작품으로 넘어가자. 작품을 위해 예술공방선정 안무가로서 <감정공부>라는 책을 읽었다고 들었다. 책과 안무의 주제가 공명하는 방향이 있는지 궁금하다.

[박 왈]: 사람의 감정에도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두려움이 굉장히 많은 사람은 오히려 두려움이 없는 듯 행동할 수 있고, 애증은 애정과 증오가 섞인 상태이듯이, 사람의 감정은 다양함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한 감정의 양면성은 사람의 인생과 닮아 있지 않을까? 우리 인생이 온통 밝은 면으로만 채워진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어두운 것, 밝은 것, 이 모든 것이 버무려지면서 아름답게 되는 것이 삶일 것이다. 다만 책을 읽으며 안타까웠던 점은 저자가 너무 어두운 감정만을 너무 강조하지 않았나 해서.. 그럼에도 의미 있게 생각했던 점은 우리가 평소 부정적이라 생각했던 슬픔, 절망 등의 감정이 인간의 삶에서 가진 가치를 재해석했다는 점과 인간의 심리적 문제를 개인 가족사를 뛰어넘어 좀 더 넓은 시야에서 보는 관점이었다.

 

[천 왈]: 이번 작품에서 음악, 무대미술/설치, 공간 활용, 작품 구성, 춤 동작 등등 작품의 요소 중, 안무자가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지?

[박 왈]: 일단 악기를 가지고 라이브로 연주를 하며, ‘루프스테이션이라는 기계를 쓴다. 다시 말해 루프스테이션으로 녹음한 뒤에 움직임을 얹는다. 악기의 연주와 움직임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할 것인가,라는 부분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천 왈]: 루프스테이션이 뭔가.

[박 왈]: 소리를 녹음하면 이를 재생산해 반복할 수 있는 기계다. 라이브로 연주한 부분을 루프스테이션을 통해 틀어놓고, 그렇게 반복되는 음악에 움직임을 덧입힐 계획이다. 악기는 나의 목소리이자 표현수단과도 같은데 이를 먼저 기저에 표현해놓고, 다른 표현 (즉 또 다른 소리든 아님 움직임이든) 덧붙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소리와 표현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 계획으로는 기존에 있던 음악을 녹음한 후, 하나를 더 녹음할 계획이다. 둘은 분위기가 전혀 다른데, 이렇게 루프스테이션으로 녹음된 멜로디 안으로 움직임이 들어간다. 그러면서 음악이 변화할수록 움직임도 변화한다. 어떻게 보면 삶도 그렇지 않은가. 하나의 감정에서 시작해서 점점 증폭하고 다양한 감정들이 생겨나 더욱 복잡해진다. 그런 감정의 증폭 및 확장을 루프스테이션이라는 기계를 통해 드러내고 싶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이를 배가시키는 움직임이 더해 가는데, 맨 끝부분에는 처음에 썼던 소리를 다시 집어넣을까도 고민 중이다.

 

[천 왈]: 그렇다면 어떤 움직임이 들어가게 될지 궁금한데? 위에서 말한 보잉을 응용한 자신만의 특화된 움직임인가?

[박 왈]: 보면대를 소품처럼 무대 위에 설치해 그 공간 속으로 제스처나 악기를 연주할 때 쓰이는 몸의 동작을 현대적으로 움직임화 하려고 한다. 연주하는데 쓰이는 동작이 지닌 장점이 있다. 정형화되지 않은 움직임을 하고픈 욕망이 있는데... 예를 들면 활을 쓸 때에는 다양한 움직임이 있다. 팔과 손가락의 움직임이 있고, 여러 주법에 따라 연주자의 몸의 흐름, 즉 움직임은 달라진다. 그런 움직임을 확장해서 춤으로 가지고 오고픈 바람이 있다. 음악에는 리듬, 박자 등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있는데, 그 요소들은 우리 몸에도 있다. 음악과 무용은 둘 다 사람 몸으로 하는 거니까. 그 닮은 요소들을 최대한 끌어낼 예정이다.

 

[천 왈]: 박성은 안무가의 오픈 클라스가 1114일 오후 3시에 예정되어 있다. 작품에 관심 있어 하시는 분들을 위해 클라스를 간단히 소개해 달라.

[박 왈]: 루프스테이션을 이용한 즉흥인데, 루프스테이션의 반복되는 멜로디에 즉흥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지금 내가 작업하는 방식은 솔로이므로 내가 연주하는 음악에 나 혼자만이 반응한다. 하지만 오픈 클라스에서 여러 사람들이 있으면 음악이 여러 겹으로 쌓여가며 다채로운 멜로디가 제시되었을 때 나오는 여러 반응이 흥미로울 것 같다. 또 이렇게 음악이 쌓일수록 서로 대화를 나누듯 영향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천 왈]: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이다. 안무가로서, 즉 본격적인 무용 분야에서의 예술가로서 작품을 짜 첫 발을 내딛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 작업을 통해 가장 얻고 싶은, 스스로 틔우고 싶은 예술적 발아지점은 무엇인가?

[박 왈]: 주제 자체는 오랫동안 고민해온 내용이었다. 이것은 내 삶에서 오픈하고 싶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그런데 에곤 쉴레가 남긴 말 중에 새로운 예술가는 무조건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는 단상이 인상에 남았다. 내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게 불편하면 예술을 할 수 없지 않겠나.. 인간에게 두려움은 항상 안고 가는 것이고, 두려움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을 열어 내 자신을, 내 움직임을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편으로는 이 작품을 통해 이중자화상을 그리는 것 같은 감흥을 전달하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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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지점 인터뷰: 박성은 안무가 오픈 클라스 홍보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