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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지점 인터뷰 3탄]: 공혜원의 <배려의 아이콘> (15.8.25)

댄서스라운지 2015. 9. 3. 00:08

공혜원 안무가와 진행한 인터뷰는 질문에 대한 답 하나 하나가 잠잠한 숙고 뒤에 나오는.. 어떤 찬찬한 슬로 푸드 같은 답들이었습니다. 잘 개워진 담백한 쌀죽을 접하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인터뷰가 진행되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공 안무가는 쉽게 웃지도, 바로 대답을 내놓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다리고, 묻고, 조금은 날카로운 질문에도 찬찬히 곱씹어 대답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의 예술적 발아를 위한 뿌리의 깊이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컨템포래리 째즈와 현대무용의 만남이 궁금하신 분들이 있다면 돌아오는 토요일인 9월 12일 오후 4시, 공혜원 안무가의 오픈 클라스를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공모전을 통해 [새싹이예염! 프로젝트]에 선정된 현대, 발레, 컨템포레리 각각 한 팀중, 컨템포래리 째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팀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하기 때문입니다. //살롱지기


 

 

 [발아지점 인터뷰 3탄]:

'새싹' 공혜원 안무가의 <배려의 아이콘>  

 

인터뷰어: 천 샘 | 댄서스라운지 대표

15. 8. 25. @댄서스라운지  

 

 

[천샘 (이하 천)]: 작품의 제목(혹은 가제)과 주제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공혜원 (이하 공)]: 제목은 <배려의 아이콘>이다. 두 사람의 관계에 있을 때의 발란스를 얘기하고 싶다. 내가 서커스 줄타기 워크샵을 들었을 때, 한 명이 줄을 타면 다른 사람들이 뒤에서 도와주곤 했다. 그런데 나는 한 번 떨어지면 바로 뒤로 갔다. 뒤에서 사람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미안해서 못하겠더라. 배려나 양보가 미덕이 되다보니 너무 서둘러 자신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친구가 왜 누나는 한번만 하고 뒤로 가냐고 묻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쓸데없는 배려만 늘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질문이 들었다.

힘들면 기댈 줄도, 힘들다고 말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나는 남자니까 선배니까, 등의 이유로 자신이 더 많이 짊어지고 가야한다고 느낀다. 하지만 때로는 기대주는 게 관계에 더 도움이 되고, 이를 적절히 맞춰주는 게 발란스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그 발란스가 시시때때로 변화하지 못하다 보니 때로는 상처입고, 그래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힘든 길로만 가려고 하고...작품은 그런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천 왈]: 공혜원 안무가는 <컨템포래리> 장르에서 선정된 안무가다. 현대무용이 아닌 타 장르에서 응모할 때, 대부분의 피력 이유가 기존의 현대무용에 타 장르의 대중적 요소를 가미해, 이해하기 쉬운 공연을 만들고 싶다라는 이유이. 특히나 컨템포래리 째즈는 대중성이 강하기 때문에, 장르의 대중성을 현대무용에 접목하겠다는 취지를 드러내 보인다. 하지만 기획자로서 갖는 기우는, 실제로 (예술적 평가 가치를 지닌) ‘대중성이라는 것은 단순히 기승전결과 리듬감 있는 움직임을 접목해 기존의 컨템포래리 째즈가 추구하는 듯한, 일반적 나열 방식의 작품 구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데... (내가 이렇게 비판할 수 있는 이유는 나도 컨템 재즈 공연을 해봤기 때문이다). 컨템포래리쪽의 안무가들이 이른바 ‘작품 활동’을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공혜원 안무가는 이 현실을 타계할 자신만의 해법이 있는가.

[공 왈]: 보통 컨탬포래리 째즈에서 대중성이라고 한다면 리듬에 맞춰 군무를 하거나 재미와 흥 추구하는 움직임이라고 인식되지만, 나는 그것이 대중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데, 이를 한정지어 대중에게는 무조건 쉬운 것을 줘야한다는 오해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다만 내가 컨템포래리로 쉽게 간다고 하는 표현은 그저 재미있는 아이템을 주겠다는 것은 아니고, 보통 현대무용 공연을 봤을 때 관객들이 절반 정도는 이해하고, 그런 공감 안에서 각자가 나머지 50프로를 자신만의 이미지들로 이해했으면 좋겠는데 여태껏 내가 본 공연들은 관객은 ‘난 이걸 느꼈어라고 이해하는 게 아니었다. 대신 작품에 관한 7~80퍼센트 이상의 질문으로 가득 차 이게 뭐지?’라고 의아해 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내가 말하는 대중성이란 작가가 무언가 메세지를 던졌을 때, 그가 어떤 빛깔이든 느낌이든 뭔가를 관객이 느끼게 하면서 관객과 함께 가려는 대중성이라고나 할까.

 

[천 왈]: 그렇다면 그 관객이 이를 느끼고 함께 가게 하기 위해 공혜원 안무가가 따로 준비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는지.

[공 왈]: 나는 안무하는 사람들이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한다고 생각하는데, 첫 째는 즉흥을 통해 계속 움직임을 발전시켜가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어떤 일상적인 사건을 포착한 후, 이에 따라 알맞은 작품의 소스를 정하는 방법이다. 내게는 후자가 더 쉽다. 어쩜 이게 바로 대중적인 것이라 생각하는데, 보통 사람이 느끼고 있는 일들을 주제로 삼고 싶다. 예를 들면 철학책을 읽는 데 어떤 내용은 너무 어려워 두세 페이지를 못 넘기겠다면, 이솝우화를 읽으면 쉽게 느끼게 되는 점이 많다. 메시지는 같은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 좀더 쉽게 풀어서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철학책을 많이 읽었다 한들 내 작품에서는 듣는 사람 입장에서 조금은 풀어서 얘기를 해주고 싶다.

 

 

 

 

[천 왈]: 그렇다면 굳이 컨템포래리 째즈에 현대무용을 접목해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는 것이 필요했을까

[공 왈]: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확실하게 모르지만... 2차 세계대전 후, 전 인류가 수많은 죽음을 마주한 상황에서 인간의 존재에 대한 본질적 고민으로 발생한 것이 현대무용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은, 예를 들면 북한의 도발이 시시각각 위협한다 한들, 우리는 인간의 존재이유에 대해 즉각적으로 고민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 시대 사람들에게는 그런 주제가 잘 맞았겠지만 오늘의 현대무용은 현대인을 위한 것이고 지금 사람들에게 맞는 철학은 따로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다시 말해 그 시대나 지금이나 고민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꼭 그 주제만 현대무용이라고 정의내리기 보단 오늘날의 일상적 이야기로 풀어 재해석하고 싶다.

 

[천 왈]: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이번 작품으로 넘어가 보자. 안무를 위해 사용하는 자신만의 소스나 안무 접근하려는 방향이 있는가? 있다면 알려 달라.

[공 왈]:  컨택 즉흥을 통한 무게중심의 이동과 이를 드러내는 신체적 발란스에 초점을 둘 것 같다. 사람과 사람이 의지하거나 기댈 때 늘 5050이 완벽한 발란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낮은 한 발짝 걸음이나 살포시 지나가는 바람에도 어떤 순간에는 3070이 발란스가 되어야 맞을 때가 있다. 때문에 그런 미세한 순간순간마다 시시각각 몸이 변화해야 발란스는 유지되는데, 그때 변화하지 않으면 우리는 상처를 입어 작아지고 힘들어진다. 이를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게 중심의 이동으로 접근하게 되었다.

 

[천 왈]:  이번 작품에서 음악, 무대미술/설치, 공간 활용, 작품 구성, 춤 동작 등등 작품의 요소 중, 안무자가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가?

[공 왈]: 사실 처음에 이 주제를 생각했을 때에는 내가 최근에 들었던 서커스 워크샵의 줄타기에서 영감을 받았었다. 평평한 땅이 있는데 왜 굳이 이 줄에서 위태롭게 발란스를 잡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안무에 도입해 보려고 무대에 타이트와이어나 슬랙라인을 설치할 수 있는지 확인했는데 불가능하더라. 그래서 왜 억지로. 저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가’, 라는 줄타기의 느낌을 줄 수 있는 소품을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잘못하다가는, 예전에 벽돌 같은 소품을 많이 쓰는 모습을 봤는데, 비슷하게 나올까봐 걱정되기도 하고. 그래서 계단 같기도 하면서 비틀비틀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소품을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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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왈]:  우리가 공혜원 안무가를 뽑은 이유는 컨템포레리 째즈와 현대무용 사이에서 일어나는 어떤 시너지가 있지 않을까 해서다. 컨템포래리 째즈라는 장르를 작품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궁금하다.

[공 왈]: 내가 컨템포래리 재즈를 하다 처음 현대무용을 배웠을 때, 음악과의 어울림이 가장 힘들었다. 컨템포래리에서는 음악과 박자 하나 하나를 지키는 게 중요한데 현대무용수들은 그걸 무시하더라. 그래서 배워보니 그게 음악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둘을 적절히 사용하는 거라는 점을 깨달았다. 컨템포래리 째즈는 음악에 지배를 당하는 경향이 있고, 현대는 자기 표현에 집중하다보니 표현이 과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아무래도 내가 컨템포래리 째즈 베이스다 보니 나는 음악을 듣는 훈련이 잘 되어 있고. 또한 음악에 몸을 맞춰 추는 것은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 생각한다. 음악과 어우러지는 움직임을 보면 관객들도 희열을 느끼지 않나. 따라서 음악과 어우러지는 컨템포래리적 움직임의 부분을 사장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천 왈]:  공혜원 안무가의 오픈 클라스가 912일 오후 4시에 예정되어 있다. 작품을 관심 있어 하시는 분들을 위해 클라스를 간단히 소개해 달라.

[공 왈]: 즉흥을 경험해보지 않은 분들도 즉흥의 기본을 느끼면서 함께 갈 수 있게 진행할 예정이다. 무게 중심을 공연에 이용할 것이기 때문에, 이 연장선에서 내 몸의 무게를 다 실어 누군가에게 기대는 법. 신뢰를 주기도 하고 받아보기도 하는 경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나 한국인들은 터치에 많이들 쑥스러워 하는데, 그것에 좀더 편해지는 클라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천 왈]:  오픈 클라스에 참여하는 분들이 준비할 것이 있나.

[공 왈]: 없다.

 

[천 왈]:  '새싹' 안무가들 모두에게 던지는 마지막 공식 질문이다. 안무가로서, 예술가로서 이 작업을 통해 가장 얻고 싶은, 혹은 스스로 틔우고 싶은 예술적 발아지점은 무엇인가

[공 왈]: 한 사람이 춤을 가르치고 다섯 명이 따라했을 때 처음 가르친 사람에게서 움직임이 넘어가면 춤은 달라져 있다. 각자의 해석에 따라 다섯 개의 춤이 나오는 것. 그래서 나도 계속 다양한 시각으로 보고 다양한 작가들의 책과 시각도 받아들이려 하지만, 사실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픈 습성 때문에 같은 책을 봐도 내방식대로만 이해하게 된다.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나는 여전히 니까 한번에 벗어나기는 힘들다. 이 작업을 통해 그런 방식에서 1mm라도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가도 가도 나는 똑같을 것 같은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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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지점 인터뷰: 공혜원 안무가 오픈 클라스 홍보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