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삶은 분노합니다.
그리고 하릴없이 뜨거운 눈물을 흘립니다.
그 눈물이 반드시 '내' 삶의 직접적인 아픔 때문만은 아닙니다.
타인의 고통을 통해 우리 삶에 아직 해결되지 못한 상흔을,
유리조각처럼 부서져 내면의 살점 깊숙이 녹아있던
그 '언젠가의 기억들'을 다시금 발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예술가라는 직업을 지닌 '우리'는 또 고민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예술은 어떻게. 어떻게.
이번 살롱 이브닝의 안무를 맡은 김지정 안무가의 후기를 나눕니다.
김 안무가의 말대로,
'예술이 예술가 개인의 독특하고 유일한 표현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며 부정한 사건에 분노하는 순간부터
진짜 이야기는 펼쳐질 것'임을 저도 믿습니다.
그리고 이는 저뿐 아니라 살롱 이브닝에 함께 하는 예술가분들 모두가-
적어도 지금 이순간만큼은 뜨겁게 우리의 예술을 통해 살아내려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이 강연을 통해 만난, 예술과 사회의 소중한 접점입니다.
18th 예술공방 스터디
<세월호 참사와 무용예술치료의 역할>
조정숙 무용동작치료사 강연후기 김지정 } 살롱이브닝 초청 안무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2014년 4월 16일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으로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강연에 참가한 누군가는 일을 하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레슨을 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모두가 그랬을 겁니다. 식사 중이었거나 지하철 속에서 스마트폰을 하고 있었겠지요. 제 기억의 첫 장면은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이 타고 있는 배가 가라앉고 있고, 그렇지만 반 이상은 이미 구출이 되었으며 계속해서 구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들이었습니다. 이미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졌고 생존자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지요. 어쩌다가.. 왜 또.. 하는 마음은 들었지만 크게 심각한 일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그 때 왜 쏟아지는 기사의 숫자가 세월호 곁에서 구조를 돕고 있는 배의 숫자라고 어렴풋이 믿었던 걸까요. 마치 인터넷 창으로 쏟아지는 언론의 조명과, 구조 시스템의 작동이 일치하고 비례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생존자의 수가 중복집계 되고, 구조선을 찍은 녹화본이 뉴스에서 끊임없이 리플레이 되고, 정작 구조를 돕고자 나선 배와 잠수부들의 진입은 차단되고, 배 안에는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흐르는.. 옛날 일도, 먼 나라의 일도 아닌 내가 호흡하는 그 순간순간들마다 이루어졌던 이 이상한 어그러짐들.
부모들이 배를 빌려 팽목항에서 네 시간 떨어진 사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조명탄도 구조대도 없이 잠잠했다는 강사님의 간접증언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언론보도와 모든 것이 너무나 달랐던 현장. 우리의 상상과 믿음에 언론의 ‘이야기’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깨닫는 순간은 늘 비참하고 무기력합니다.
모든 개념은 언어로 이루어져있다는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구조자의 숫자가 급증하는 보도를 보면 우리는 곧 어느 영화에서 보았음직한 헬기들과, 구조를 위해 분주하고 전문적으로 움직이는 손길들을 떠올리지요. 내 머릿속과 타인의 머릿속은 이야기들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공기를 부유하는 많은 이야기들은 우리를 여러 진실에서 멀어지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술이란 많고 흔한 이야기 속에서 다양하고 좋은 목소리를 찾아가는 작업입니다. 예술이 예술가 개인의 독특하고 유일한 표현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며 부정한 사건에 분노하는 순간부터 진짜 이야기는 펼쳐질 것입니다. 예술가는 무대나 연습실에만 잠시 등장하는 배역이 아닌 국가와 사회, 공동체와 집단 안의 살아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의 방인성 목사님이 해주신 인사말을 다시 전하고 싶습니다. “304명의 죽음 앞에서 유가족의 슬픔과 상태를 기억하는 것은 사회의 몫입니다. 생명이 존중되고 안정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여러 명의 죽음과 바람을 잊지 않고 사회 속에 다시 풀어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부활신앙의 의미입니다.” 정치와 종교는 별개라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언급조차 회피한 여러 교회들의 부끄러운 이야기 사이에서 부활의 의미를 다시 찾고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신 방인성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강연으로 아픈 기억들을 다시 꺼내며 힘드셨을 조정숙 예술치료사님의 진심과 용기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부디 신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그리고 우리의 춤이 그 날을 재촉할 수 있기를.
'감성스터디살롱 오후의 예술공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th 살롱스터디 후기: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15.2.28) (0) | 2015.03.23 |
---|---|
19th 살롱스터디 알림: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15.2.28.토) (0) | 2015.02.16 |
18th 살롱스터디 알림: '세월호 참사와 무용예술치료의 역할' (15.1.31.토) (0) | 2015.01.26 |
17th 살롱스터디 후기: 대형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 (14.12.27.토) (0) | 2015.01.13 |
17th 살롱스터디: '대형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 by 박상은 (14.12.27.토) (0) | 2014.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