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CERS' LOUNGE-

댄서스라운지

'오붓한 위로력의 예술'로 부비적 부비적~! (그 여인은 재미난 게 하고 싶었지, 기획의도, 2024.2.14)

댄서스라운지 2024. 2. 14. 08:53

'오붓한 위로력의 예술'로 부비적 부비적~!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제목의 영화가 세간을 휩쓴 적이 있어요. 당시 어렸던 저는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죠. 다만 만화같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제목이 무척 맘에 들었습니다. 그때의 이해력을 떠올려보면 ‘무소 = 코뿔소’ 정도로 이해했는데요. 코뿔소의 뿔처럼 날선 콧날을 도도하게 세우고 쿵쿵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문장의 의미를 다 이해하진 못해도 뭔가 독불장군처럼 고개를 숙이지 않은 채 당차고 힘차게 나아갈듯한 기세랄까?
 
댄서스라운지에서 세계여성의날을 기념하기 위해 공연을 준비하는 것은 올 해로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2019년 3월, 코로나와 맞물려 매진된 모든 티켓을 환불하고는 엎어진 공연을 부둥켜안고 쓰라린 위액을 삼켰죠. 5년이 지난 지금, 이번에는 기필코 올려야겠다고 야무지게 마음먹으며 어떤 예술가들과 함께 이 자리를 일궈야 의미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스튜디오 공간으로서 라운지는 그 목적을 ‘오붓한 위로력’에 둡니다. 많은 페스티벌들이 이미 트렌드를 앞서가는 실험성과 사유로 단단하게 무장하고 있고, 저희까지 얄팍한 사유로 새로운 실험에 동참하진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곳을 꾸준히 찾아주시는 분들, 그리고 이곳에서 에너지를 끌어올리며 다양한 작업을 해온 예술가와 단체들의 면면을 보면, 클리세 같은 표현이지만 예술을 통한 크고 작은 위로를 꿈꿉니다. 라운지는 적어도 1년 또는 2년에 한 번은 예술가들에게만 허락된 공간의 특수성을 넘어, 기획공연을 짜임새있게 준비해 관객 여러분들을 초대드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예술가들이 공간 구석구석에 쌓아놓은 농밀한 에너지가 공연을 통해 만개해 여러분의 세포 구석구석으로 찾아들길 바라면서요.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은 스스로 인지하든 하지 못하든, ‘예술이 지닌 오붓한 위로력’으로 내면의 슬픔을 위로하면서 스스로를 지켜온 분들입니다. 따뜻한 힘이 일상에 안착해 있기에 그 ‘묵직한 위로력’이 타인에게까지 섬세한 촉수로 가닿은 분들이지요. 라운지의 초청 여부를 떠나, 이들은 무소의 뿔처럼 단단한 자존감으로 산과 들을 뚜벅뚜벅 돌아다니거나 지치지 않고 무대를 지켜왔고, 때로는 고통의 한 부분을 개워내며 치열하게 작업하기도 했습니다. 라운지는 그 작업의 편린을 잠시 바라보았고, 차마 내려놓을 수 없는 슬픔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담하기 그지없을 만큼 자신에게 집중하며 나아가던 아름다운 무브를 잠시나마 공간으로 모셔오고 싶었습니다.
 
학자 김영옥의 말처럼 ‘웃음으로 파동을 만들며 결빙된 세상을 경쾌하게 흔들어 부수는 세계관과 태도’를 장착한 이 여성 창작자들을 모시게 되어 댄서스라운지는 무척 기쁘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무소의 뿔을 장착한 이 여인네들과 함께 만들어갈 본 공연의 제목은 <그 여인은 재미난 게 하고 싶었지>입니다.
 
실험성은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실험성을 추구하진 않아서. 트렌디함도 글쎄요, 그 역시 딱히 작품의 선정 기준은 아니라서. 다만 저희는 관객분들과 함께 먹을 맛난 팥죽을 쑬 것이고, 몸과 마음을 넉넉하게 보듬어 안을 나눔의 시공간을 마련할 것입니다. 공연에도 새마을 운동 시절처럼 구호가 있다면 “곰실곰실 + 복작복작!” 

다시 말해 너무 진보적이거나 트렌디하진 않지만, 예전 사회 과목에서 배운 두레 정신에 입각한 예술의 또다른 결 하나를 떠올려 보려고 합니다. 그리하여 한 번 빠지면 장사 없을 다정함과 오붓함으로 무장해 관객 여러분들과 복작댈 떠껀한 아랫목을 마련해보겠습니다.

 

댄서스라운지는 2024년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배유리, 마민지, 서경선, 최인혜, 천샘 작가의 작품과 이야기를 초대해 3월 8, 9, 10일에 올립니다. 라운지의 작은 스튜디오 안에서 예술가들의 섬세하고도 바이브가 살아있는 시선으로 관객 여러분의 심신을 녹이는 계절의 초입이 되기를!  

그 떠껀함이 선사하는 배부른 아름다움을 상상하며 2024년 3월, '오붓한 위로력의 예술'로 저희는 관객 여러분의 따순 등짝에 야무지게 비벼볼랍니다. 

부비적~부비적~!^^

<그 여인은 재미난 게 하고 싶었지>를 준비하며 
열심히 아랫목을 쓸고 있는- 

댄서스라운지 큐레이터 
나무늘보 천샘 드림



[그 여인은 재미난 게 하고 싶었지] 

✔️일시 | 2024년 3월 2일과 8, 9, 10일 

 *2일 토 1시 : [몸 챙김 마음 챙김] 두 수업
 *8일 금 5시 : 상영회와 북토크 
 *9일 토 6시 : 본공연 1회차 
 *10일 일 4시 : 본공연 2회차 
(작품 소개 및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조) 

✔️장소 | 댄서스라운지 (마포구 독막로7길 64) 
✔️참여작가 | 마민지, 배유리, 서경선, 최인혜, 천샘
✔️주최 | 댄서스라운지
✔️주관 | 감성스터디살롱 오후의 예술공방 
✔️무대총괄 | 권지영 
✔️진행총괄 | 이실장님
✔️기획 및 디자인 총괄 | 나무늘보

*그 외 자세한 사항(작가-작품 소개, 행사 일정)은 [그 여인]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주세요!
https://thatwoman.creatorlink.net/

*[티켓 예매] 
https://forms.gle/ABcbnX2zZoys7Qy77

 


*[그 여인은 재미난 게 하고 싶었지] 공연 소개 사이트로 바로가기 : thatwoman.creator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