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삶에서 가장 갈구하는 무엇이 된 단어.
그리고 또다른 갈구의 단어. 공상.
저는 언제부터인가 이 두 단어를 애타게 제 안에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사색할 힘, 공상할 능력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다시 말해 예술가로서 가장 중요한 동력이 조용하지만 지속적으로
사그라지고 있다는 깨달음 때문이었을 겁니다.
스마트폰의 흰 불빛이 잦아들고 두 눈이 뻑뻑해지는 시간만큼,
쓸데 없는 기사와 가십에 노출되어 이성이 마비된 빈도만큼.
마을버스 차창 너머로 구름을 보다가
막간에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가 차창의 풍경과 맞아떨어지면
지나간 연인과 풋풋했던 사랑이 상념처럼 떠오르거나,
이루고 싶은, 그러나 멀게만 느껴지는 열망같은 꿈들이
너무도 잡히지 않아 마음을 쓰라리게 만들던 찰나찰나-.
그 짧지만 나의 하루를 열두번 정도, 각양각생의 기억의 파편을 안고
기습적으로 찾아와 피로한 일상을 어딘가로 데려가주던
그 모든 상념의 시간을 저는 언젠가부터 잃어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영혼의 밑바닥에서부터 빠져나가는 만큼,
집중은 어려워졌고, 책을 읽기는 힘들어졌지요.
때문에 스마트폰의 발명 이후, 아마 저와 별반 다르지 않을
우리 일상에 제동을 걸기 위해 '오후의 예술공방'에서 선택한
올해의 두 번째 책은 그만큼 기대감이 컸던 책이기도,
또 막상 뚜껑을 여니 사색의 힘이 약해져 가라앉은 내면의 온도만큼
빠르게 읽히지 않는 책이기도 합니다.
바로 레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입니다.
레베카 솔닛은 국내에도 팬층이 있을만큼
<어둠속의 희망>이라는 책을 통해 알려진 작가인데요.
인간 보행의 역사와 걷기 안에 깃든 사색의 힘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원시시대부터 오늘날 '런닝머신'으로 대변되는 현대 보행에 이르기까지 망라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인문학적 지식과 이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유려하게 연결해주는
깊은 사유의 문장들로 독자들의 생각을 느릿느릿 보행하도록 이끌며
슬로우 리딩을 요구하고 있지요.
이번 주 토요일 3시에 라운지에서-
봄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사유의 보행을 함께 하고픈 예술가 분들을 기다리겠습니다.
토요일에 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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