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노란 물결로 맞는 공연계

<아시아경제>  |  조민서 기자

*최종수정 2015.04.10 17:49기사입력 2015.04.1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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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 '델루즈: 물의 기억', 추모 무용공연 '팽목의 자장가' 등 다양한 추모 공연 선보여

                                                                  델루즈 : 물의 기억

4월은 잔인한 달. 오는 16일이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떠나보낸 지 꼬박 1년이 된다. 노오란 개나리만 봐도 희생된 아이들 생각에 괜시리 숙연해지는 때이다. '잊지 않겠다'는 그때 그 다짐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지켜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하고 애도할 지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숙제로 남아있다. 문화계에선 다시 한 번 슬픔을 기억하고 상처를 치유하려는 무대를 조심스럽게 기획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세월호 1주기 특별기획으로 오는 16일부터 25일까지 '델루즈(Deluge) : 물의 기억'을 선보인다. 지난 2011년 2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발생한 대홍수의 실종자들에 대한 아픔을 위로하고자 제작된 작품 '델루즈'를 모티브로 했으며, 서울문화재단이 이번 세월호 참사 추모를 위해 새롭게 창작한 작품이다. 한국적 혼을 표현하기 위해 연출가 제레미 나이덱이 직접 판소리까지 배웠다고 한다. 조선희(55)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반복되는 비극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이런 비극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관객들과 소통할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젊은 무용가들이 모여서 펼치는 추모 무용공연 '팽목의 자장가'는 오는 17일과 18일 서울 서교동 댄서스라운지에 오른다. 온라인에서 대중들의 참여로 모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충당하고, 남은 돈은 유가족들을 위해 쓸 예정이다. 연극미래행동네트워크는 '기억할게, 잊지 않을게'를 11일~12일 이틀간 광화문 일대에서 개최한다. 11일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연극인 포럼을 열며, 12일에는 영상 퍼포먼스 '우리는 누구나 살고 싶다', 팽목항으로 보내는 종이배 만들기, '내 아이에게' 등의 공연을 선보인다.


홍대 클럽도 추모 열기에 동참한다. 참사 당일인 16일엔 홍대 앞 클럽 고고스2, 프리버드, 빅버드 3곳에서 인디밴드들이 '리멤버: 세월호,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공연을 연다. 19일에는 홍대 롤링홀에서 '열일곱 살의 버킷리스트'라는 주제의 콘서트가 열린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故) 박수현 군이 활동했던 스쿨밴드 ADHD의 멤버들이 박군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멤버들과 공연하기'를 이뤄주기 위해 마련한 무대다. 3호선버터플라이, 가리온,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요조 등이 함께한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아픔이 남아있는 안산시에서도 다양한 추모 공연을 마련했다. 안산문화재단은 매년 봄맞이 행사로 선보였던 신춘음악회의 주제를 이번에는 '리멤버 포에버'로 정했다. 오는 18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해돋이극장에서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선 김창완 밴드, 재즈 보컬 말로 등이 출연해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5월1일부터 3일까지 안산 일대에서 열리는 '2015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도 희생자를 애도하고 남은 사람들을 위로한다. 축제에 오르는 61편 중 총 10편이 세월호 문제를 다룬다.

 


 

진실을 걷어 올려라… 문화예술 세월호 추모행사 잇달아

문학수·한윤정 선임기자, 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세월호 참사가 한국 사회에 던진 의미를 예술로 일깨우고 기억하려는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이 토론회와 전시, 공연, 연주회 등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를 되새기며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것이다.

문화예술인들로 구성된 전국문화예술인행동은 세 번째 대규모 추모예술제인 ‘연장전’을 ‘예술, 진심을 인양하라’는 주제로 마련했다. 11~12일 1박2일에 걸쳐 광화문광장의 ‘세월호광장’과 곳곳의 전시장, 팽목항 등에서 열리는 이번 예술제는 10여개의 전시와 공연, 토론 등으로 구성된다.

토론회는 문학, 사진, 연극, 청년예술, 풍물 등 5개 부문에서 열린다. ‘기억하고, 공감하고, 상상하다’란 주제의 문학 토론회(11일 오후 3시 세월호광장)에서는 정은경 평론가의 사회로 ‘기억의 시효-4·16 참사를 둘러싼 문학인들의 눈’(평론가 서영인) 등이 발제되고 소설가 이시백, 평론가 양재훈, 어린이책 작가 김하은, 시인 송경동이 토론에 나선다.

사진가들은 ‘기록에 대한 강박과 애도의 갈림길에서’란 토론회(11일 오후 1시 세종문화회관 예인홀)를 사진기획자 송수정의 사회로 준비했다. 미학박사인 양효실의 ‘애도와 폭력의 권력들’(가제), 평론가 김현호의 ‘세월호는 사진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바꾸었는가’란 발제가 이뤄진다. 연극계에선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재난 이후 한국 연극’(11일 오후 4시 세종문화회관 예인홀), 청년예술가들은 ‘사회 변화를 위한 예술운동의 새로운 방향 설정’(11일 오후 2시 세월호광장), 전국 풍물단체 대표자들은 ‘세월호 이후 풍물운동 활동방향 논의 및 연대틀 형성을 위한 열린마당’이란 이름 아래 간담회(11일 오후 7시 세월호광장)를 갖는다.

고 정차웅 학생을 형상화한 마틴 톰슨의 ‘The Student’.


그림전과 사진전, 영상제,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됐다.

미술전은 ‘진실과 사랑을 그리다’란 대주제 아래 2개가 열린다. 주재환·이종구·박불똥·강홍구·유연복·박진화 등 430명의 작가들이 참여하는 ‘세월호, 304인의 작가가 다가서다-망각에 저항하기’(10~24일 안산 문화예술의전당)는 회화·사진·조각·판화 등 장르를 초월한 작품 300여점을 선보인다. 또 이철수·나규환·배인석 작가 등이 참여하는 ‘세월호를 기다린다’(11~18일 세월호광장)도 준비됐다.

사진전은 ‘아이들의 방’(빈방)이란 주제로 세월호광장 이순신 동상 뒤(11~19일), 갤러리 류가헌(7~19일), 안산의 416기억전시관(5월 31일까지) 등에서 열린다. (사)416가족협의회가 주최하는 전시회의 작품들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기록을 수집·관리하는 ‘416기억저장소’가 지난 1년간 희생 학생 부모의 이야기를 녹취하고 학생들의 기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진가들이 희생자 학생 등의 방을 촬영한 것이다.

연극인들은 ‘기억할게, 잊지 않을께’란 주제 아래 ‘내 아이에게’ ‘선물’ ‘새야 새야 파랑새야’(이상 12일 오후 1시부터 세월호광장) 등의 무대를, 영화인들은 <엄마의 200일> 등의 작품으로 구성된 영상제를 11일 밤 세월호광장에서 펼친다.

‘연장전’과는 별개로 문화예술인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월호를 추모한다.

작곡가 이건용(68·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이 대본까지 쓴 세월호 추모 칸타타 <정의가 너희를 위로하리라>를 시민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이 21일 오후 8시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에서 공연한다.

칸타타에 등장하는 희생 학생들의 내레이션은 관객의 가슴을 치게 만든다. “엄마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엄마 자신을 위해 우세요. 아빠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저 잔인한 날들과 비굴한 거리를 위해서 우세요.”

안산문화재단은 18일 ‘리멤버 포에버’를 주제로 안산예술의전당에서 신춘음악회를 연다. 현대무용 <팽목의 자장가>는 17~18일 댄서스라운지(서울 서교동) 무대에 오른다. 11회째인 올해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위로와 희망의 액션(action)’을 슬로건으로 5월1~3일 열린다. 함성호·심보선·김행숙 시인, 함돈균·양경언·한영인 문학평론가 등 문인들은 ‘세월호 시대의 문학’을 주제로 공개 심포지엄(10일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