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서스라운지에서는 [1st 살롱이브닝: Dance is Our Weapon!]에 초청된 세 안무가들의 작품 세계와 작업 과정을 들여다보는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그 2탄으로, 김지정 안무가의 작품, '수송'의 인터뷰를 올립니다. 김지정 안무가가 지닌 춤에 대한 철학과 이를 어떻게 세월호 참사와 연결해 작품에 연결시키고 있는지, 또한 안무가가 생각하는 예술과 사회의 접점은 무엇인지, 오후녘에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좀더 섬세하게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김지정 안무가팀 인터뷰]
2015. 2. 26. @댄서스라운지
*인터뷰 진행: 천 샘 |살롱이브닝 기획자, 안무가
질문) 우선 살롱이브닝의 마지막 팀으로 합류해주어서 기획자로서 감사하고 영광이다. 여러분의 작품 진행 과정을 보면서 적잖은 감동을 받았다. 간간히 연습 풍경을 찍으면서 안무가의 작업 진행방식이 흥미롭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여러분의 안무가는 철학과 무용을 전공한 독특한 배경을 갖고 있다. 안무방식에서 특징적인 점은 없었는가? 댄서 본인들과는 잘 맞았나?
김문주: 주제 접근방법이 다르다. 보통 작품을 한다고 하면 현대무용이 지닌 추상성에 의존하기 때문에 ‘추면서도 이게 뭐지 하는 질문’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김 안무가는 내가 하는 움직임의 의도를 끊임없이 주지시키고 ‘이것을 왜하고 있는지’를 환기시켜 주는 부분이 좋았다. 이렇게 접근해보면 어떨까-하고 질문을 던지는데, 이제까지 접근하지 못했던 방식이다.
오윤형: 비슷한 얘기인데, 하면서 일방적으로 명령을 받기보다는, 내가 스스로 움직임을 만들어낼 때, 이를 생각하게끔하여 이 주제와 연관시켜준다. 어떻게 보면 표면적으로 전달하는 듯 하지만, 또 들여다보면 일련의 생각의 과정을 거쳐, 본질적인 것만 걸러내어 이를 댄서들에게 일방적이지 않게 전달해준다. 이를 무용수로서 어떻게 찾을 것인가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
질문) 그럼 김지정 안무가님에게 직접적으로 묻겠다. 안무가님의 춤 세계에 또다른 전공인 ‘철학’이 미치는 영향이 있는가.
김지정: 철학이 미치는 영향이 당연히 있겠지만, 사실 학문을 통해서라기보다는 대학 때 했던 학생운동, 인권, 여성운동 등의 생활이 미친 영향이 더 크다. 장애여성, 성매매 피해여성들과 함께 하는 작업들이 있었는데, 그런 공연을 기획하면서 영향을 받았다.
질문) 본격적인 책 얘기로 넘어가보자. 세월호 참사를 다루기 위한 본겨적인 작품 작업에 들어가기 전, <안무자 스터디 시리즈>를 통해 우리가 다룬 세 가지 책은 <그을린 예술>과 <불안>, 그리고 <대형사고는 어떻게 반복되는가>이다. 김지정 안무가팀에서 맡은 책 <불안>이 이 작업과정에 직간접적으로 미친 영향이 있는가.
김지정: 나에게는 미친 영향이 크다. 불안이 ‘지위이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을 보면 사람들에게는 ‘지위 욕망’, 다시 말해 이 지위에서 저 지위로 옮겨가려는 욕망이 있는데, 아주 큰 일들 때문이 아니라, 사소한 이유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즉 삶의 조건의 개선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지위가 높은 경우 주변 사람들이 사근사근하게 대해주고, 개성이 존중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퉁명스럽게 다뤄지고 개성과 존엄이 짓밟히는데,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 ‘지위이동’을 하려고 한다. 이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사소한 이유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굉장히 내면의 깊숙한 이유이기도 한데, 이런 과정을 ‘수송’이라는 개념에 담으려고 했다. 다시 말해 “바다에서 불안하게 이동하는 세월호의 ‘수송’이미지와 세월호 사건 과정에서 일어났던 부패, 은폐, 정부의 거짓말과 과시 행동들을 알랭 드 보통이 이야기하는 ‘지위욕망’과 관련시켜 담으려고 했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길이 있는데 누구나 속물적인 지위 욕망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런 나약한 면을 어떻게 극복하고 성숙한 길을 택할 수 있는 지는 모두의 문제인 것 같다. 특히 삶의 지위를 바꾸려는 욕망 속에서 사람의 몸이 어떻게 다루어지는 지에 관심이 있다.”
질문) 안무자가 전달해준 개념적 해석이 댄서들에게 미친 영향이 있는가?
오윤형
: 나는 책을 직접적으로 읽지는 못했다. 또한 세월호에 관련한 주제 역시 언론에서 다뤄진 만큼만 아는 평범한 수준이었다. 사실 상황을 지켜보면서 다시는 일어나선 안될 일이기도 하지만, 실은 우리 사회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도 그 안에 편승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안무가의 생각은 내 안에서 이런 시류에 편승하려는 욕구와 주제들을 연관해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사실 이 사고가 지닌 상징성은 모든 곳에서 일어날 수 있이라는 것인데, 이를 풀어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그러면서 그때 사고를 봤을 때 들었던 첫 느낌이 다시 떠올랐다.
김문주: 처음에 ‘세월호 추모’와 관련해 하는 공연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했다. 만약에 ‘나’라면 어떻게 풀어낼지도 궁금했고, 어쩌면 아주 표면적으로 풀어내지는 않을지, 생각했었다. 작업을 시작하고 책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세월호 참사가 ‘수송’의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며, 단지 그 사건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이런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면에는 인간 내면의 상승욕구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끌어오게 된 안무가의 시선 역시..
질문) 세월호 참사가 어떻게 안무에 드러나는지 궁금하다.
세월호 참사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문주가 올라가서 바다를 만지는 장면이 있다.
“왜 안 뛰어내려, 본능적으로 행동했어야지, 그럴 때만 어른들 말 잘 듣는 애들이 있다니까.”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제대로 대꾸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남았다. 만약 희생자가 이 말을 듣고 우리에게 나타나 춤을 보여줄 수 있다면 어떨까. 바다에 뛰어들었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도 있을 수 있고,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던 상황들이 분명 존재했을 테고, 바다가 가진 무시무시한 물질성에 대한 두려움, 창 밖으로 보이는데도 구조하지 않았던 해경의 모습..이런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다. 다른 부분들은 직접적이기 보다 남은 사람들에게 무수한, 또 다른, 세월호 사건이 일어날 수 있고 여기에 우리도 무한책임이 있다는 내용을 담으려고 한다.
질문) 안무가님의 주제의식에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한 편으로는 이렇게 가볍지 않은 의식세계를 춤으로 풀어낼 때, 춤이 관념화되어, 춤이 지닌 기본적인 ‘흥’의 요소를 잃는다는 우려가 있다. (현대무용이 일반인 관객의 시선을 붙잡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것 때문이고..) 또한 이런 주제의 경우, 이 현실을 알리기 위한 일반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 게 시급한데, 설명은 감동적이지만 움직임화 되었을 때에는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한 안무자님만의 돌파구가 있는가.
김지정: 춤으로 15분을 끌고 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관념화되어 동작들이 슬프고 정적으로만 가면 보기 힘들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우리는 텍스트를 사용하는데, 댄서들이 텍스트를 바탕으로 자기안의 리듬을 끌어내기를 바라고 있다. 텍스트를 재배열하고 이를 개개인 댄서의 해석과 역량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나오는, 그리고 대사의 사용에서 나오는 리듬감을 기대하고 있다.
오윤형: 텍스트를 내 방식으로 해석해내는 작업은 댄서로서 쉽지는 않았다. 내가 하면서 리듬감까지 미처 생각하진 못했지만, 어떤 감정에 대한 흐름들, 대사나 대사를 하는 사람이 의미하는 바를 안무가가 담고 싶어하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 그것이 딱 리듬감이라고 정의내리지는 못하겠지만,
김지정: 텍스트의 해석방식에서 더해지는 감정적 추가로 인해,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속도”가 생긴다. 이것이 리듬감, 느낌이 되는데, 이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속도’를 댄서들이 끌어내주고 있다.
김문주: 텍스트를 직접 해석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안무가님이 해온 방식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몸으로는 잘 안되어서 스스로 부딪히는 과정도 있었다.
질문) 대부분의 무용수들이 무대에서 길고,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훈련을 많이 받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안무가의 인터뷰를 보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춤이 무기가 되고 춤 동작에 의미를 담는다’는 것은 어떤 뜻인가?
오윤형: 나에겐 무기보다는 도구이고, 특히나 현대무용은 항상 동작 안에 나를 담고 의미를 만들어서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그럴 때 나는 충분히 의미를 담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작위적으로 보이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항상 있다. 그니까 나 혼자하고 끝나는 것은 아닐까-하는 고민. 그래서 춤이 무기가 되고 도구가 되려면 춤이 지닌 아름다움을 알고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 보편적인 수긍을 이끌어내고, 설득력을 지니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김지정: 내 개인적으로는 학교에서의 기본에 대한 트레이닝이 과하다고 생각한다. ‘발레’에 편중되어 있는데 (물론 ‘발레’는 무용의 소중한 자산이지만), 기본 트레이닝이 편중되어 있다는 생각이... 생각없이 답습되는 패턴들은 고려될 필요도 있고, 이를 탈피하는 ‘어글리한 아름다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아주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동작이라도 아름답게 드러나게 하는 것인데 그게 텍스트를 넣은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텍스트를 집어넣어 변화를 준 동작들이 호소력을 얻기 위해, 거울을 보고 서로 피드백을 하며 작업 중이다.
질문) 댄서들이 이 작업을 통해 가장 얻고 싶은 경험은 무엇인가.
오윤형: 개인적으로는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이런 이슈에 대해 춤과 연결해서 생각해본 적이 처음이다. 그렇게 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난 그렇게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언론에서 보여주는 정도의 수준만 아는 사람인데, 그런 내가 표현을 한다니,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그러면서 지금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서 좀더 자라 있었으면 좋겠다.
김문주: 나는 대학을 들어와서 슬럼프가 있었다. 어렸을 때는 춤추는 것 자체가 좋아서 춤을 췄는데, 학교에 가니까 이게 내가 좋아하는 춤이 맞나, 내 춤이 맞나 하는 질문이 들었다. 그 질문은 내 삶이 맞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주변에 친구들은 ‘현대무용’이 뭐니?라는 질문을 하는데, 거기에 뚜렷하게 답하지 못하는 나를 봤다. 그렇다면 현대무용을 한다고 얘기하려면 내가 행동하는 것을 믿고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내가 감동을 받고, 작은 불씨같은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좋겠다고도 생각했고.. 이 작업이 나에게 그 작은 발판이 될 것 같은 기대가 있다.
김지정: 무용단에 있을 때에도, 개인작업을 할 때에도 이유를 알고 출 수 있는 춤이 거의 없다. 납득이 될 수 있는 춤을 추고 싶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춤을 추는 이유가 스스로에게 납득이 가고, 서로에게 납득이 되는 경험을 하고 싶다. 또 그것이 보편성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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