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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이예염! Vol.3] 네 번째 발아지점 인터뷰: 조율의 <1 + ! > (2019.4.13. 토)

댄서스라운지 2019. 5. 5. 22:17

 

 

<네 번째 발아지점 인터뷰>

조율의 <1 + ! >

 

 

인터뷰어 천 샘 | 오후의 예술공방 대표

2019.4.13. 늦은 오후, Toi et moi

 

 

[천샘(이하 천)]: 작품 제목과 주제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조율(이하 조)]:작품 제목은 1 + ! 이다. 보통 사람들은 1 + 1이라고 하면 2, 즉 한 명보다는 두 명-쌍쌍-연인을 생각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나와 또다른 한 사람이 아니라 나와 내 상상속의 친구를 생각했다. 그래서 1 + ! 이다. 그러니까 이 느낌표는 상상 속의 친구이거나 텔레비젼, 혹은 핸드폰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이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보다 사람이 아닌 것들에게 몰입을 하면서 관계 맺는 현실을 드러낸다고나 할까. 또다른 의미로는 내가 꿈꾸고 상상해왔던 이상향의 누군가를 드러낼 수도 있다.

   

  [천 왈]: 흥미롭다. 그러면 이 작품은 필연적으로 솔로 작품인가?

[박 왈]: 그렇다. 원래는 듀엣을 생각했다. 그런데 듀엣을 진행하려다보니 사람과 작업하는 것이 작품과는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는 내가 생각했던 느낌표와 작업하는 게 맞겠더라.

 

   [천 왈]: 모던 발레를 통해 작품을 풀어갈 예정인데?

[박 왈]: 포인에 대한 강박이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발레는 나오고 있으나(웃음), 발레의 정형화된 움직임에 얽매어 작품을 풀어내려고 하지는 않는다. 느낌표와 같이 움직여보다가 너무 발레처럼 보이면 턴인으로 풀면서 실험 중이다. 한 예로 발레 동작 중에 아라베스크는 여자에게 가장 아름다운 라인을 찾다가 고안되었다고 하는데, 이 동작을 바닥에서 하면서 동작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 유명 발레단들의 컨템포래리 발레를 보면 상당수는 포인 슈즈를 신고 피루엣을 돌며 발레의 정형화된 테크닉을 구사하고 있는데, 나는 그보다는 저 안무가의 춤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라는 어떤 느낌을 강렬하게 주는 것이 목표다.

 

   [천 왈]: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느낌표에 대해 들려달라.

[박 왈]: 초등학교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사를 많이 다녀서 그런가,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밥을 같이 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나 혼자 보온 도시락 통으로 나만의 벽을 세우면서 혼자 먹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잦은 이사 때문에 친구들을 사귈 기회가 없어서다. 그래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을 예능을 보면서 배웠다고나 할까.  그래서 ‘느낌표는 오랜 시간 동안 내 옆에 있어 주며 내가 옆길로 이탈하지 않게 지켜준 내면의 친구이기도 하다. 또한 내 느낌표가 바라보는 이상향은 댄서였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춤을 추는 댄서.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보면 비전이라고 할 수도 있는 무엇, 즉 방황하지 않고 삶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이었다.

 

[천 왈]: 작품 속에서 '이것이 느낌표다'라고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오브제가 있는지?

[조 왈]: 첫 번째는 노트북이다. 노트북은 보여지는 매개체이다. 노트북을 사용하면 관객들은 '저 사람은 혼자 노는 거야라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의 중요한 매개체는 시리. 시리는 눈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소리로 들리는 매개체인데, 시리는 사실 애플에서 만든 모바일 AI. 아이폰 안에 탑재되어 있어서 "시리야~"라고 부르면 쌍방향 대화가 가능한 AI이.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다. 시리는 수많은 질문에 똑똑한 답을 할 수 있지만  "시리야. 날 사랑하니?"라고, 즉 사랑에 대해 물으면 절대 사랑한다-고 대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리의 대답은 "주인님도 참 좋은 분이라고 생각합니다."이다. 왜 그럴까? 왜 프로그램의 개발자들은 시리의 답변을 그러한 방식으로 입력해 놓았을까? 이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몇 가지 예를 더 들면

 

시리야. 배고파라고 물으면

배가죽이 등에 달라붙을 정도는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주변 맛집을 찾아드릴게요.”라고 시리는 대답한다.

또한 비트박스 해봐라고 물으면

요즘 연습하고 있는 비트박스에요. 북치기박치기--” 이렇게 계속 구체적인 문답이 진행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특이점은 시리는 반드시 주인님이라는 표현을 쓰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주인님이라는 호칭을 들을 때 느껴지는 묘한 기분 좋음, 내가 누군가를 지배하고 있다는, 다시 말해 관계에서 느껴지는 내가 갑이라는 느낌을 받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사람들이 게임에 몰입하는 이유는 게임 캐릭터가 현실의 나와 다르고, 이 비현실의 존재를 계속 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핸드폰 역시 내가 AI시리를 지배하고 있다는 묘한 쾌감이 있다. 하고 많은 단어들 중에 왜 주인님이라는 단어를 썼을까, 라는 질문이 드는 지점이다.

 

 

 

[천 왈]: AI를 오브제로 사용한 아이디어가 무척 인상적이다.

[조 왈]: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연애편지를 대필해주는 남자인데 그는 거대한 규모의 연애편지 대필 회사에서 수많은 직원 중 하나였다. 그렇게 하루종일 누군가의 감정을 대필하는 업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드넓은 집에서 혼자 게임을 한다. 이것이 시사하는 점은 감정 또한 내가 직접 쓰지 않고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내 작품 속의 주인공은 시리와 춤을 추다가 사랑한다는 대답을 듣지 못한 채 홀로 춤을 추게 되고, 그 다음 객석을 뒤로하면서 "괜찮냐?"고 물어본다. 사람들은 안 괜찮을 때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천 왈]: 네 번째 워크샵 타자로 선정되어 511일 토요일 오후 1시에 워크샵이 기다리고 있다. 이 인터뷰를 보면 관심 있어 하시는 분들이 꽤 생길 것 같은데, 워크샵 소개를 부탁드린다.

30분은 발레바를 하려고 한다. 자신이 체계적인 발레리나라고 생각하면서 워밍업을 한 후 시리와 함께 본격적으로 움직여볼 예정이다. 예를 들면 시리가 "주인님은 참 좋은 분 같아요."라고 대답하면 발레리나처럼 답을 한 후 그다음은 자기 춤의 스타일로 표현한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천 왈]: 새싹이란 그야말로 새로운 싹이다. 자신의 몸짓으로 새로운 싹을 틔우고 싶은 사람들을 우리는 찾고 있고 이번에도 찾았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 가장 틔우고 싶은 예술적 발아지점은 무엇인가?

[조 왈] 나에게는 공연의 막이 올라가고 세 번의 공연이 모두 끝나는 과정 자체가 발아의 시작이 될 것 같다. 이 안무자 과정을 다 마치고 막이 오르는 순간이 내 삶의 발아지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 느낌표 친구를 처음으로 이 세상에 소개하는 순간이 될 것 같은데(웃음), 마지막 무대인사를 하는 순간 그 느낌표에서 발아한 작은 싹이 올라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