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발아지점 인터뷰>
박정은의 <Moisture & Deadline>
인터뷰어 천 샘 | 오후의 예술공방 대표
2019.3.30. 늦은 오후, 댄서스라운지
[천샘(이하 천)]: 작품 제목과 주제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박정은(이하 박)]: 주제는 Deadline과 Moisture, 두 가지 키워드다. 제목은 아직 미정이다. 나는 즉흥 작업을 주로 하는 데, 이유는 내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다. 생활에서 여러 가지 감정들을 느끼고 있는데 그런 감정들을 춤으로 담아보고 감정들이 흐르게 해서, 자유로움을 경험해보고 싶다.
[천 왈]: 그럼 아직은 리서치작업 중인가?
[박 왈]: 흙 등등 어렴풋하게 윤곽이 드러나기는 했는데, 곧 구체적으로 실행해볼 예정이다. 내 작업은 과정을 중시한다. 그리고 관계적이고. 파트너가 있을 경우 파트너를, 관객과 함께 할 경우 관객을 중시한다. 내 작업은 결과를 미리 내리지 않고 감정을 담아 흐르게 해 ‘자유로운 것을 경험하게 한다'는 것인데, ’자유로운 것을 경험하게 한다-고 말을 해도 되나' 라고 말하는 지금도 실은 마음 속에서 꺼려지는 부분이 있다. 말하고나면 그것이 목적이 될까봐서다. 그럼에도 ’자유로운 것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고, 그 말 자체가 나에게는 거대한 걸음이다. ’자유로운 것을 경험한다‘는 것에는 답이 없다. 실제 상황이 어떻건 간에,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자유로움을 경험하는 것일 것이다.
[천 왈]: 기존의 무용과 출신은 아니다. 영국에서 건축과 미술을 전공했다. 그러다가 퍼포먼스 작업으로 돌아서게 되었다. 그 과정이 궁금하다.
[박 왈]: 나는 원래 미술을 했다. 미술작업을 하면서 밖으로 많이 걸어 다녔다. 그러다보니 몸으로 즉흥 작업을 하게 되었고. 그런데 몸에 관련된 것을 하다 보니 몸이 오브제가 되는 상황으로 몰입하게 되었고, 그 과정이 몸을 포함한 상황, 물체, 환경까지 확장되었다. 지금은 환경에 나를 포함시키고, 관객을 포함시켜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는 오브제를 더 사용할 생각인데, 물이 주제인 만큼 물이 든 컵을 들고 추는 춤이나 분무기를 사용한 움직임, 헤어드라이기, 젖은 수건, 젖은 천, 젖은 티셔츠, 연관된 노래나 가요나 팝송들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흙을 사용한다면 흙은 몸이 되지 않을까? 즉 재료들이 몸으로 적셔져서 진흙처럼 물이랑 반죽이랑 질척질척되는 느낌을 만들고 그것이 공간으로 퍼지고 몸이 진흙 상태로 만나는 과정을 드러내고 싶다.
[천 왈]: 무척 흥미롭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려달라.
[박 왈]: 나는 모든 사람의 작업이 자서전적인 것 같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그러다가 15살에 영국에 갔다. 새로운 상황에 살게 된 것은 큰 임팩트가 있었다. 그때부터 외부의 자극과 내부의 환경에 대한 민감성, 질문들에 반응하게 되었다. 어떻게 이 둘(외부와 내부)이 만나게 하며, 다리를 만들어주지? 라는 질문이 들었다. 처음에는 외부 환경에도 맞춰보고 나중에는 내부에만도 초점을 두고, 그러다가 스스로 다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외부에만 늘 맞춰 살아갈 수도 없으니 말이다.
건축은 결국 환경이다. 그러면서 내가 느끼는 환경을 갤러리에 구조화해 만드는 데, 어느 순간, ‘내가 왜 이것을 만들고 있지? 내가 직접 그것이 되면 되잖아’ 라는 깨달음이 든 계기가 있었다. 석사 과정에서 6명의 선생님을 만나며 다양한 자극을 받았고, ‘여기를 가야해’하고 목표를 세우다가 전복되는 경험도 했다. 그러면서 걷는 것과 거리에 대해 탐구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까 루트라던가 경로, 다시 말해 ‘다양한 경로’를 선택할 수 있음을 깨달으며 그 경로로 데려다주는 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점점 몸 안으로 들어가다 보니 소리랑 말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이 확장되다 보니 지금은 다시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는 단계에 있다.
[천 왈]: 그렇다면 작품에서 몸을 쓰려는 특정한 방식이 있나?
[박 왈]: 내 몸이 사물과 환경이 되어보는 것이다. 실처럼 환경을 엮어나가는 방식. 즉 내 몸을 공간 안에서 움직이면서 호흡의 흐름과 동선의 흐름을 연결시켜 공간 전체가 활성화되게 하는 것이다. 그 중 여백이나 휴식, 소리없음의 선택, 그냥 같이 존재하는 그 상태를 점점 늘려가 보는 것을 하려고 한다. 노래를 쓰는 이유는 노래는 감정에 큰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시되는 노래의 감정에 올인해 휩쓸려 가볼 수도 있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고, 노래가 제시하는 방향에 따라가지 않으며 그저 노래랑 춤추듯이 평행상태로, 즉 서로 다르지만 같이 갈 수 있는 그런 상태가 자유로움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노래가 주는 압도적인 감정으로도 가보고, 스스로 그 안에서 나와도 보고, 그러한 외부자극이 없어졌을 때의 스스로를 그대로 느껴보고, 또한 어떤 내부적인 자극을 뱉어내어보고 이를 점점 다른 이들과 공유해 보는 것. 즉 외부적인 자극에서 내부적인 소리를 귀기울여주는 방식을 채택하려고 한다.
[천 왈]: 세 번째 워크샵 타자로 선정되어 4월 13일 토요일 1시에 워크샵이 기다리고 있다. 관심 있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이번 워크샵의 안무적 접근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박 왈]: 몸의 감각, 즉 내부의 상태를 느끼는 작업을 할 것이고 그런 상태에서 외부적인 자극을 대면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외부적인 자극이 갑자기 없어졌을 때 자신을 어떻게 돌볼 수 있을지, 탐구할 계획이다. 다른 오브젝트와 어떻게 관계할 수 있는지도 다루려고 하고, 여백과 스스로 휴식해보는 것, 흐름 중에 스스로 휴식을 만들었다가 다시 시작해 보는 것, 엔딩을 만들어 보는 것, 그리고 서로를 보면서 서로의 방식에 영향을 주고받는 것 등등 해보고 싶은 것이 참 많다.
[천 왈]: 새싹이란 그야말로 새로운 싹이다. 자신의 몸짓으로 새로운 싹을 틔우고 싶은 사람들을 우리는 찾고 있고 이번에도 찾았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 가장 틔우고 싶은 예술적 발아지점은 무엇인가?
[박 왈]: 나에게는 관객과 만나는 상황 자체가 나에게 발아지점이 될 것 같다. 계속 준비만 하고 준비를 더 해야 돼, 라고 하던 상황에서 정말 그 상황에 가보는 것 자체가 말이다. 그리고 그 상황에 가보기 위해 준비하고, 서로를 만나는 과정, 그리고 그 만남을 통해 다른 곳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점’을 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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