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역경'이 질펀하게 묻어난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삶의 역경이라 함은 단지 자신이 선택했기 때문에
찾아오는 인생의 롤러코스터 이상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시대와 사회가 빚어낸 어떤 가혹한 시스템 속에서
삶은 선택권 없이 농락당하고 하릴없이 조종당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깨닫지도 못한 채 오랜 시간을 흘러가다...
세상이 바뀌고 시대와 권력자가 바뀌면서
차츰 하나둘 삶의 또다른 가능성에 대해 깨닫게 된- 그야말로 '모진 역경'.
그래서 더더욱 슬프고, 모든 것을 깨달아 버린 지금
다른 선택을 하기엔 이미 늦었어도
그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들에게는 위로와 든든한 방패 역할을
자연스럽게 하게된, 그래서 참으로 값진 인생사이기도 했습니다.
책의 주인공이신 김정자 할머님을 통해 증언된
미군 기지촌 위안부 할머님들의 처절한 현실은
박정희 시대, 외화벌이를 하는 '애국자'라고 이 분들을 속이고
국가가 페니실린 쇼크가 올 때까지 여성들의 성병관리를 위해 잔인하게 투약하고,
미군의 상주를 위해 조직적으로 시행한 공창의 관리가
기지촌 존속의 밑바탕이 되었음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님의 조금은 두서없고 구구절절한 말투가 그대로 옮겨진 이 기록은
투박한 말투 만큼 바로 앞에서 듣는 것처럼 뜨거웠습니다.
또한 토론을 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공방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의 가족분께서 이 기지촌 여성들을 위한 쉼터인 '새움터'에서
10년간 활동한 상근자였다는 점이었습니다.
덕분에 좀더 생생하게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그 친구가 어렸을 적 멋도 모르고 따라가 함께 돕고,
할머님들의 모습을 곁에서 직접 보고 슬퍼했던 시간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어서 그분들의 현실이 더 깊숙이 전달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올해 초, 국가를 상대로 기지촌 여성분 120명이 청구한
'미군 위안부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이 국가의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점입니다.
이 소송에 대해 재판부는 "낙검자 수용소에 갇혀 치료를 받은 57명에 대해
국가가 500만원씩 지급하라"는 선고를 내렸습니다.
국가가 성매매 단속도 하지 않고 오히려 소위 '애국교육'을 수시로 실시하면서
미군에 대한 성매매를 정당화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지요.
500만원이라는 액수는 이분들의 고통에 견줄 수 없을만큼 적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국가가 조직적이고 폭력적으로
미군 기지촌 위안부 여성들의 성병을 관리한 것이 맞다"고 인정한 점에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재판부는 국가가 '기지촌을 조성-관리-운영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이는 앞으로 시민단체와 기지촌 인권 활동가분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을 것입니다.
첫 삽은 떠올려졌고, 앞으로 오랜 기간이 걸리더라도
두 번째, 세 번째 함께하는 변화를 믿고 함께 바라봐야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천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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