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CERS' LOUNGE-

감성스터디살롱 오후의 예술공방

27th 살롱스터디 후기: 게으름에 대한 찬양(16.2.27)

댄서스라운지 2016. 3. 24. 10:10

 

 

“불관용과 편협합,

 그리고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정력적인 행동은

그것 자체가 존경할 만한 것이라는 믿음으로 인해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이 이 책에 실린 글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일반 논제다.” -서문에서-


현대의 우리는 하루종일 일하는 게 당연해진 사회에 살고 있고,

또 그렇게 살아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쫓기듯

살아갑니다. 

즉 근면은 미덕이고

게으름은 죄악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 잡혀 있습니다.   

러셀은 근로가 미덕이라는 믿음에

의해 엄청난 해악이 발생하며

그것은 과거의 노예도덕이며

노동윤리라는 것입니다.

이제는 노동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과거에는 다수의 노동에 의해

소수의 사람들이 여가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었고,

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여가를 가질 수 없는 환경이었기에

근로는 바람직하다는 사상이 받아들여져왔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여가를 가질 수 있었던 소수의 사람들이 예술을 발전시키고

과학적 발견들을 이루어내고 책을 쓰고 철학을 탄생시키는 등 문명의 발전에 기여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것들은 산업사회 이전의 산물이기 때문에 현대 세계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현대의 기술은 여가를 소수 특권 계층만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공동체 전체가 고르게 향유할 수 있는 권리로 만들어 주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이러한 믿음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이익을 가져오는 것만이 바람직한 행위라는 시각이 모든 것을 전도시켜 버렸습니다.

사회를 현명하게 조직하면 하루 4시간의 노동으로도 충분한데

세상 절반의 사람은 과로에 시달리고 다른 절반의 사람들은

유일한 여가의 형태인 실업상태에 내몰리는 역설을 지적합니다. 

노동을 최고의 가치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가 더 나은 사회라고 말합니다. 
노동과 관련이 없는 지식도 중요하며 무엇보다 사색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으름과 여가의 중요성을 주장합니다.

“...여가의 좋은 점은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에서만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행복한 생활의 기회를 가지게 된 남녀들은 보다 친절해지고,

서로 덜 괴롭힐 것이고, 타인을 의심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 ...

모든 도덕적 자질 가운데서도 선한 본성은 세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자질이며

이는 힘들게 분투하며 살아가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과 안전에서 나오는 것이다.” -p33


러셀은 노동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그가 말하는 게으름은 즐겁고, 가치있고,  재미있는 활동들을 누구나 자유롭게 추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러셀은 무용지식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러셀의 책은 읽는 내내 지금의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느껴졌습니다.
일제시대 해방 후 한국전쟁을 겪고 어떻게든 가난만은 벗어나겠다고 오직 경제성장만이 목표였던 부모님 세대들.
시간이 흘러 배고픔의 시절을 극복했고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고도의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건

낮으로 쉬지 않고 과도한 노동에 시달렸던 부모님 세대들의 희생의 결과였습니다.

그 시절에는 성실과 근면이 삶의 불문율이었지요

문제는 오늘날까지도 그 시절의 성실과 근면이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쟁에 내몰리고 먹고 살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부대끼는 삶이 아닌,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라도 러셀이 말한 게으름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 것입니다.

80년 전에 이책을 쓴 러셀의 통찰력이 놀랍기만 합니다.

 

 

 

채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