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집안 거실에는 피아노가 있었습니다.
그 시절 텔레비전에는 '온세상에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
땡땡 피아노'라는 광고가 자주 나왔는데요.
광고의 영향인지, 자식들에게 클래식 악기를 하나씩은
조물딱거리게 해야한다는 부모님들의 로망인 건지-
저희 집에도 그렇게 땡땡 피아노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피아노는 그리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체질적으로 악기를 다루는 것을 싫어했고,
나머지 가족들도 다르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집이 몇 번 이사를 가면서,
피아노는 그때마다 버려질 운명에 처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에는 대략난감한 요강단지처럼
겨우겨우 뒷칸에 실렸습니다.
그랬던 피아노가 결국 이번에 라운지에 안착했고,
11월 한 달동안 열린 '주산나의 현대무용 반주특강'을 통해
'온세상에 울리는 맑고 소리-♬♪'로
20년만에 찬란하게- 거듭났습니다.^^
'주산나의 현대무용 반주 특강'은
특강을 들었던 피아니스트분들에게도
시범을 보였던 무용수들에게도
꽤나 자극이 되는 탐구의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오정도 울고갈 제 막귀로는..
모든 반주가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하게 들렸는데요.^^
주산나 선생님의 예리한 청력에는
연주자분들마다 강점과 약점도,
더 역동적으로 치고 들어가야할 부분들도
세심하게 파악이 되었나 봅니다.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피아니스트분들의 강약은 완급을 탔고,
화성과 분위기는 말 한마디에
시시각각 다른 색을 입었습니다.
이에 덤으로..
한달동안 특강을 진행하면서
마사 그라함 테크닉을 시범보였던
정한별 무용수는 그야말로
'그라함의 달인~!'이 되었고요.
나중에 가세한 손나예 무용수와 저는
즉흥 시범을 보이다가 선율에 취해,
마지막날에는 셋이 부둥켜 안고 공연했지요.
피아노 선율을 타고 감정이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몇몇 순간들이 있었고,
서로가 서로에 의해 연주되면서
연주자의 선율과 무용수의 몸은 그렇게 서로를 주고받았습니다.
이 모든 세션을 이끄신
주산나 선생님 정말 수고하셨고요.^^
선생님의 뒤를 이을 훌륭한 연주자분들이
앞으로 여러 현대무용 수업에
함께하게 되기를, 라운지가 응원해요
그리고 특강동안 그윽하면서도
탄탄한 선율을 들려주신
모든 피아니스트 여러분들 훌륭하셨고,
덕분에 저희 영창피아노가
큰 보은을 입었습니다.~~^^
무용실기 시범을 보여주신
정한별, 손나예 선생님 수고하셨고,
마지막주에 후기 참관하러 가서
함께 움직여본 즉흥도 참 좋았습니다.
여러분의 예술은 어떤 새로운 언어를 비축하거나,
혹은 자신이 지닌 기존의 언어에 자양분을 주고 계신가요?
주변에서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거름을 주는 과정을 게을리하지 마세요.^^
'꽃은 이름없는 절벽에서 가장 늦게 피기도 한다"고 말한
피아니스 백건우씨의 말처럼, 충분한 시간이 쌓이면
결국 가장 필요한 곳에서 진중한 존재감을 드러내게 될테니 말입니다.
조촐한 꽃 하나가 지구별 전체를 꽃내음으로 채우지는 못하겠지요..
하지만 머리 위로 뻗은 하늘과 돌틈의 풀들을 향기롭게 할 겁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와 다르지 않게..
우리가 삶에서 누리는 꽤나 괜찮은 행복은
주변의 사람들과 그윽함이 깊은 공명을 나누며
도톰하게- 서로가 차오르는 순간순간들에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한달 동안동안 건물의 층마다, 홍대의 주변 건물들마다,
그리고 무용수의 뼈 마디마디마다,
잔잔한 파장을 만들어낸 피아노 선율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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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두개의 시범 동영상을 올립니다: [특강 학생분의 연주에 맞춘 그라함 테크닉 시범]
*[주산나 선생님의 연주에 맞춘 즉흥 시범 동영상]
*좀더 많은 관련 동영상과 사진은 페이스북 (www.facebook.com/dancerslounge)에 실시간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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