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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날씨’를 보고 (툇골일보, 2022. 12월호)

댄서스라운지 2023. 1. 26. 14:49

'오늘의 날씨’를 보고 

입춘(立春)이 아니라 입추(立秋)로 시작한다. 입추는 곡식이 여무는 시절이지만 나뭇잎이 떨어지고 더이상 꽃은 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는 절기다. 그래서 쓸쓸함을 느끼는 절기. 그런데, 설치된 화면 안의 무용수는 창문이 보이는 마루에서 온몸으로 춤을 추고 있다. 누워서 이리저리 불확정적(不確定的)으로 움직이는 몸은 에너지를 다스리면서 마치 파도처럼 일렁인다. 스크린 아래 마루, 현실의 무용수는 거울로 반사해 보여주듯 함께 춤을 춘다. 그림자같이 몸을 움직이는 그의 온몸은 연골로 이루어진 것 같다. 

 

이들의 춤에서 세상의 그 어떤 풍파도 가둘 수 없는 사람의 소망, 절절한 바람을 느낀다. 그리고 입동(立冬)이 지나도 춘천의 물은 얼지 않는다고, 춘천 툇골의 물이 소리도 선명하게 화면에서 흐른다. 사람들이 쉽게 몰두하는 일로 빙하는 녹고 태풍이 불고, 작물은 타들어간다. 음, 따뜻한 곳에서 숨죽이며 말로만 반성하는 나는 아프다. 알러지 치료제 광고 화면이 웃음처럼 화면에 뜬다, 그런데, 그 앞 네 명의 무용수들에게 닥친 가려움이나 기침은 사람이 만든 치료제로는 고칠 수 없을 것 같다. 광고 화면과 달리 그들에게는 더 센 경련, 기침, 가려움이 엄습하는 것 같다. 관객들의 낮은 웃음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무용수들의 힘센 근육과 다리와 손짓, 격렬한 몸의 움직임은 끊임없는 복사, 변주, 반복, 집요한 광고로 최면을 거는 사이비, 임시방편의 치료약을 이기는 힘이라 생각한다. 오늘의 날씨를 그르치는 수많은 언설(言說)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은 거짓을 거부한다. 의자 위, 무용수 다리 위에서의 온몸의 정적도 같은 것으로 이해한다. 입춘(立春)이 지나고 입하(立夏), 대서(大暑)가 지나며 폭우에 물난리를 겪고 사람들이 스러진다. 다시 입추다. 물 안 어는 겨울이 온다는 경고다. 그리고 이태원, 이 또한 오늘의 날씨를 말해주는 지표의 하나다. 세월호와 이태원의 희생자들을 위한 춤, 그리고 꽃이 바쳐진다. 

 

준비하고 공연한 분들에게 박수와 인사를 드립니다.

 

 

다은총 한상용 (툇골일보, 2022.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