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리뷰> 30호에서는 새정부 문화정책의 과제를 진단하기 위한 문화예술계 79인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현재의 과도하게 편향된 예술-기술융합 창제작 지원사업에 심기가 불편한 분들은 읽으면서 작은 위안이 되길 바라며, 이에 관련한 예술공방 대표 천샘 안무가의 의견(65번)과 더불어 작년에 <일상문화 블랭크> 사업을 함께 진행한 주성진 문화기획자의 제안(68번)을 연결해 읽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또한 이 지면에 의견을 개재한 많은 여성 창작자들에게서는 문화예술계에서 보다 견고한 성평등 안전망 구축을 바라는 바람이 공명하였는데요. 이러한 동료들이 있어 우리는 앞으로도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65 _천샘_ 안무가, 감성스터디 살롱 오후의 예술공방 대표
1. 기술협업 창작지원사업의 확대 및 진행방식에 대한 우려
코로나 전후로 순수예술 창작활동에 기술을 사용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통해 창작을 독려하는(?) 정책들이 대거 출연하였다. 그러나 펜데믹 속 비접촉의 시대를 이유로 지난 3~4년 동안 엄청난 규모로 증가한 이 정책들은 현장예술가들과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긴밀한 소통 없이, 거액의 지원금을 대거 투입하여 예술가들을 어느 한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술융합 관련 사업들이 현장 예술가들과 사업의 방향성을 공유하면서 정책의 기조가 잡혔는지 의문이다. 즉 1) 재난의 시대, 과연 기술을 접목하고 온라인 안으로 들어가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인지, 2) 기술협업 창작방식에 쏟아붓는 과도한 지원으로 인하여 평생 자신의 예술 장르를 몸으로 습득해온 예술가들이 (기술을 융합할 줄 모른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배제되는 폭력적인 상황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3)이것이 과연 ‘지속가능한 예술’이며 그 방식이 한쪽을 배제하는 것이라면 ‘지속가능한 예술’은 앞으로는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등의 일련의 질문들이 남는다. 현 정책들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밀도 있는 성찰이 부족한 듯 하여 유감이다.
2. 성평등 문화 확산 및 문화예술계 안전망 구축을 위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
문화예술계 미투 이후 구조적으로 평등하고 안전한 창작환경을 만들기 위한 많은 예술단체들의 노력이 있어 왔다. 그러나 이를 제도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시도들이 기관과 학교 차원에서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한 예로 문화예술계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강사 자격을 취득하는 프로그램이 몇 해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예술인복지재단에서 강사들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문체부나 재단 창작사업에 온-오프라인으로 파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잘 활용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창작사업을 전담하는 부서들은 어쩔 수 없이 의뢰를 하겠지만 스쿨미투에서 드러나듯 성평등 교육이 절실한 학교 같은 기관에서의 의뢰가 별로 없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강사가 배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무용교육기관들로부터 강의 수요가 없어 자연스럽게 다음 기수의 강사들이 배출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그나마 현재 문화예술계 내 성평등 문화 확산 및 안전망 구축에 관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기관은 예술청과 청년예술청이다. 둘은 운영의 주체들이 젊은 예술인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거대 기관들과 차이가 있다. 예술청은 <문화예술 안전망 학교>를 청년예술청은 <성평등-탈위계 NONE>을 진행하면서 관련 담론들을 한데 모으고 있다. 특히나 예술청은 실행 주체들의 경험을 한자리에 모아 강의식으로 펼치는 <문화예술 안전망 학교>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열었는데, 미투 이후의 시대에 반드시 뒤따라야 할 안전한 창작환경과 창조적 예술 간의 유기적인 관계란 어떤 것인지 제시하는 유의미한 상징성을 갖는다.
3. 담론 – 무용 – 사회를 연결하는 새로운 춤판, 페스티벌, 장의 요구
무용에서 시대성을 반영하는 담론의 전반적인 부재, 또는 기근은 무용장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담론과 이를 치열하게 해석해내는 작품들의 창작이 활성화되려면 페스티벌, 공연 등에서 안무가-비평가–관객이 같은 눈높이에서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대화의 장이 절실하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담론의 공백을 채우는 과정이 시작되어야 ‘무용의 대중화’를 바라는 일부의 목소리에 부족하나마 토대가 생길 것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토론, 페스티벌, 담론을 섞어놓은 즐거운 난장판이 필요하다.
[특집: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 ④] 79인의 제안
편집자 주: [문화정책리뷰]에서는 “새정부 문화정책 과제를 묻다”를 이어갑니다. 이번 기획은 대선 이후 현단계 문화정책 과제에 대한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자 마련되었습니다. 거시적
culture-policy-review.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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