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 46번째 오후의 예술공방 살롱스터디 후기
권이은정 | 아프리칸 댄스 컴퍼니 따그 대표
지금껏 공방 세미나의 앞글과 후기를 쓰면서 이토록 시작을 미뤘던 적이 없다. 심지어 이번 후기는 누구보다도 먼저 자원해서 맡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게, 왜 일까?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우리 모두는 이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 아는데, 답하고 싶지 않다. 외면하고 싶다. 그래야 개와 고양이는 가족처럼 아끼는 좋은 사람이면서 동시에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 수 있으니까.
처음으로 채식을 하게 '되었던' 건 환경영화제에서 공장식 사육에 관한 다큐를 보았을 때였다. 생명에 대한 존엄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그 잔인함에 대해서는 책에 익히 나와있으므로 생략해도 되리라. 그냥 일주일 동안 고기를 입에 댈 수 없었다고 얘기하면 충분한 설명이 될 것이다. 그러다 잊었다. 잊는 것이 편하므로 서서히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대학원 시절 과제로 우유에 관한 다큐를 번역하고나서는 우유를 끊었다. 나 뿐만이 아니었다. 꽤 많은 동기가 같은 선택을 했다.
알고나면 꺼림찍하다. '맛있게' 먹고 나서도 소셜미디어에 자랑하지 못한다. 그게 적어도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은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또 다른 다큐를 보고는 1년 정도 채식을 유지했지만, 그마저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접었고, 나는 여전히 고기를 먹는다. 이렇듯 인지 자체가 주는 갈등이 있으니, 그리고 자발적으로는 인지하고 싶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이니, 공장식 사육에 관한 강의를 필수 교육 과정 안에 (자꾸 잊으니, 자주, 정기적으로) 넣으면 지금과 같은 과잉 소비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세미나를 마치고 무거워진 마음으로 지정 안무가가 준비한 몸 세미나를 시작했다. 안무가가 준비한 미션을 무작위로 뽑아 수행했다. 우리 조를 포함한 두 조는 공장식으로 사육되는 동물을 몸으로 표현해야 했다. 나는 태어나자마자 부리를 잘리고 2주일도 되기 전에 분쇄되어 너겟으로 포장되는 '치킨'이 되었다. 슬펐다. 내가 왜 이 동물/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은가에 대해 기록하고 이를 낭독하는 조도 있었다. 가슴이 먹먹했다. 줄여야 한다. 못 끊겠다면 그게 최선이다. 늘 미뤄온 생각을 다시 직면하게 해준 시간이었다.